'MAHA' 바람 타는 美 소매약국… ‘단순조제-판매’ 넘어 지향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HHS)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이끄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이하 MAHA)' 정책 기조가 미국 소매약국 업계에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PBM 개혁, 약국 생존의 불씨 살릴까
그동안 미국 지역약국들은 거대 약국급여관리자(PBM)의 독점적 횡포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미국체인약국협회(NACDS)에 따르면, PBM은 약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제한하며 동네 약국들의 마진을 압박해왔다.
이에 MAHA 측이 중간 유통업자인 PBM의 영향력을 줄이고 처방약 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PBM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사 직전이던 소매약국 업계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투명성 확보는 시작일 뿐… 핵심은 '임상 서비스 상환'
하지만 전문가들은 PBM 개혁만으로 약국 경영이 당장 정상화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대형 약국 체인 '스리프티 화이트 파마시'의 제러미 폴크스는 "PBM 개혁이 계약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맞지만, 약국이 제공하는 예방 서비스 비용을 직접 보전해 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약사가 환자에게 검사, 상담, 만성질환 관리 등 전문적인 임상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이를 연방 의료보장제도(메디케어 파트 B)를 통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약사서비스 접근 보장법(ECAPS Act)'의 통과가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예방·영양·스크리닝… 약국의 역할 파괴
MAHA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인 '만성질환 예방'은 약국의 역할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NACDS가 주도하는 '내 건강을 돌봐주세요(Nourish My Health)' 캠페인을 통해 미국 약국들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기본 생체지표 검사와 영양 교육의 거점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 진행된 검사만 6만 건이 넘는다.
미국 보건당국의 식생활 지침에 따라 영유아를 위한 비타민 D, 고령층을 위한 칼슘 및 비타민 B12,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형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도 약국의 새로운 고수익 모델로 급부상 중이다.
과제와 모순 약국이 진정한 '건강 거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장 한편에서 여전히 고마진의 탄산음료나 정크푸드를 판매하고 있는 모순된 사업 구조부터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네 약국'의 재정의: 가장 가까운 의료 인력
미국 약업계는 이제 약국이 백신 접종을 넘어 만성질환 위험 선별, 간단한 건강 코칭, 약물 최적화, 그리고 전문 치료 기관으로의 연계까지 담당하는 '지역사회 보건 접근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 가장 편한 보건의료 인력이 바로 '약사'이기 때문이다.
MAHA라는 거대한 정책적 흐름은 미국 약국들에게 경제적 생존의 기회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문화적 명분을 동시에 쥐여주었다.
다만 이 기회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의 보상(상환) 체계 개편과 더불어 약국 스스로 정체성을 완전히 전환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