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썩는데 열매 맺겠나”…지역의료 회복, 전공의부터 다시 키운다
박원석 수련교육부장 “서울 못지않은 역량 키워야 지방의료 씨앗 살아나”

대전성모병원 박원석 수련교육부장(소화기내과)은 지난 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전공의 수련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대전성모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26년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인턴을 비롯해 내과·외과·응급의학과·신경외과 등 총 5개 수련과목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은 양질의 수련교육을 통해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년도 사업 참여 실적과 수련환경평가 결과 올해 사업계획 등을 바탕으로 사업운영 계획의 구체성과 수련 프로그램의 우수성, 성과 창출·관리체계 등을 평가한다.
병원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책임지도전문의와 교육전담지도전문의 운영을 체계화하고 전공의를 위한 교육시간과 프로그램, 시설·장비 등 수련 기반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의료 위기 시작점은 '전공의 부재'
박원석 부장이 이번 사업 참여를 추진한 배경에는 수도권과 지역 간 전공의 지원 불균형이 결국 지역 필수의료 기반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지역 수련병원의 교육환경 자체가 수도권보다 뒤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공의 지원이 서울 대형병원에 집중되면서 지역 병원은 지원자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박 부장은 "지역 병원들도 전공의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병원 자체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전공의의 진료역량 강화지만 지역 입장에서는 좋은 수련환경을 만들어 전공의를 다시 유인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부족은 단순한 수련인력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응급·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교수진의 업무 부담을 높이고 교육과 연구를 지속할 동력까지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는 "대학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보람을 갖고 버텨왔지만 전공의가 사라지면 가르칠 후학도 없고 교수는 당직과 진료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며 "결국 지역 대학병원에 남아 있을 이유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의정갈등을 거치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표면화됐다. 전공의 부족으로 교수진의 진료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젊은 의사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수련병원의 인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성모병원도 이번 사업에 5개 수련과목이 선정됐지만 산부인과는 올해 전반기 전공의가 없어 신청하지 못했고 소아청소년과는 수련 중인 전공의 자체가 없어 참여가 불가능했다.
박원석 부장은 "전공의가 들어와 제대로 수련받고 교수와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구조가 회복돼야 대학병원도 살아날 수 있다"며 "특히 지역의료를 되살리려면 그 시작점이자 뿌리인 전공의부터 다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면서 배우는 수련' 넘어 보호된 교육시간·담임지도제
대전성모병원이 추진하는 수련환경 혁신의 핵심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일하면서 배우는 수련'을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아침 컨퍼런스와 회진, 진료 과정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차례 전공의가 진료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보호된 교육시간'을 운영한다.
이 시간에는 전공의가 콜이나 병동 업무로 불려가지 않도록 하고 의학 지식뿐 아니라 실제 진료현장에서 필요한 술기교육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박 부장은 "예전에는 전공의가 현장에서 스스로 보고 깨우치는 부분이 컸다면 이제는 필요한 교육을 별도 시간을 통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개인별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담임지도제'도 운영한다. 교육전담지도전문의 한 명이 전공의 약 3명을 맡아 6개월 동안 지도하고 매월 면담을 통해 수련 과정과 병원생활을 점검한다.
책임지도전문의는 각 진료과의 수련 프로그램과 평가체계를 총괄하고 교육전담지도전문의는 전공의와 직접 호흡하며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다.
병원은 교육인프라 투자에도 나선다. 대전성모병원은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실습 기자재를 도입하고 술기 교육 공간을 마련한 데 이어 앞으로는 전공의·인턴의 요구를 반영해 필요한 공간 및 장비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는 실제 교육을 받는 전공의와 인턴의 요구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환자에게 직접 시행하기 어려운 술기를 충분히 연습한 뒤 진료현장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병원은 이번 사업의 목표를 단순한 전공의 모집 확대가 아니라 지역에서 수련받아도 충분한 임상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짚었다.
박원석 부장은 "병원에 자리가 없어서 젊은 의사들이 지역에 남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단지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하는 인식을 깨고 서울 못지않게 근무하고 배우기 좋은 곳이라는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대전성모병원의 수련교육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과 연계한 순환수련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일부 진료과 전공의는 서울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등에서 일정 기간 수련하며 다양한 의료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다만 대전성모병원은 서울 대형병원의 교육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2차병원만의 임상적 강점을 살린 수련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이 희귀·중증질환에 집중한다면 2차병원은 전공의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다빈도 질환과 다양한 환자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3차병원과 2차병원은 환자군과 의료환경이 다르다"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다양한 질환과 다빈도 질환을 충분히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대전성모병원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목표는 전공의가 이곳에서 수련받았을 때 서울의 어느 병원 못지않게 자신의 역량이 성장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런 경험이 쌓여 지역에 남는 의사가 늘어난다면 지방의료의 씨앗이자 뿌리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