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큰 미소녀, 그림·조각이 되다
'원더랜드' 작가 이사라, 노화랑에서 소녀 조각 연작 첫 공개

귀엽고 동글동글한 얼굴, 커다란 눈, 반짝이는 눈동자. 20세기 후반 일본 소녀만화(순정만화)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확산한 '미소녀' 도상은, 과거엔 어린이의 전유물이거나 소수만 즐기는 하위문화 취향이었다. 하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긴 세대가 성장하면서, 이제는 팝아트의 일부로 현대미술 전시장에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오래도록 귀여운 소녀 이미지로 긍정 에너지를 전달해 온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갤러리에선 일본 작가 미스터(Mr.)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에선 10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인기 팝아트 작가로 1996년 데뷔 이래 꾸준히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를 그려 왔다. 유명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조수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무라카미가 '가와이(귀여운)'를 앞세운다면 미스터는 '모에'를 열쇳말로 소개한다. 모에는 본래 싹이 튼다는 뜻이지만 현대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선 캐릭터에 호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통한다.
그림엔 캐릭터만으로 모자라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짝임 효과까지 잔뜩 덧붙어 있다. 미스터는 "소녀는 평화롭고 희망적인 이미지라 그림으로 선호해 왔다"면서 "귀여움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녀만 그린 것은 아니고, 일본 유명 브랜드를 패러디한 로고나 타이포그래피 등으로 화면을 채워 동시대 일본의 풍경을 반영했다. 낙서로 가득 찬 거친 회색빛 배경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입하기 시작한 스타일인데,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마저 반영한 것이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미스터의 캐릭터가 현대 애니메이션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미소녀라면, 서울 종로구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사라의 캐릭터는 좀 더 고전적인 동화 세계에서 뛰어나온 마법소녀다. 마법봉과 '럭키버니' 등 마스코트도 등장한다. '캔디캔디'와 '요술공주 밍키' 등의 영향을 받은 작가는 '원더랜드'라는 유토피아 세계관을 구상하고 15년간 회화와 동화책 등으로 이어 왔다. 이번 전시에선 조각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소녀 캐릭터의 핵심은 커다란 눈이다. 물감을 여러 겹으로 칠하고 뾰족한 칼로 표면을 긁어내 완성한, 별과 하트로 채운 눈은 관람객이 환상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입구 역할이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처음 공개된 소녀 조각 연작도 특유의 화려한 색상 표현을 눈 안에 집중했다. 이사라는 "원더랜드의 핵심은 동심"이라면서 "행복하고 호기심 넘치는 꿈의 공간을 통해 잊고 지냈던 순수했던 시절의 감각을 떠올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이달 23일까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오늘 밤 이란 강력하게 공격할 것"… 이틀 연속 공습 예고-국제ㅣ한국일보
- 10년 만에 입 연 최순실 "그때 박근혜 부탁 거절했더라면"… '비선실세'의 회한-사회ㅣ한국일보
- "집 돌아가긴 싫었다"… '축구의 신' 메시, 또 기적을 쓰다-스포츠ㅣ한국일보
- "재명아 고교생 말고 나랑 싸우자"… 장동혁, '개표소 봉쇄 시위' 다시 등장-정치ㅣ한국일보
- '대장금' 배우 박정숙, 연예계 활동 중단 그 후… 공공기관 대표 된 근황-문화ㅣ한국일보
- 김민석, 김어준 유튜브서 정청래 직격... "과욕으로 조국혁신당과 합당 그르쳐"-정치ㅣ한국일보
- "부엉이 바위" 말하며 키득거리는 중학생들… 교사만 웃지 못했다-사회ㅣ한국일보
- '김가네' 일군 김용만 회장의 추락, 성폭력 유죄 이어 수억 횡령-사회ㅣ한국일보
- 반도체가 밀어올렸다… IMF, 韓 성장률 1.9%→2.6%로 상향-경제ㅣ한국일보
- '위고비 맞은 의사'의 경험담… "주사 끊으면 100% 요요, 평생 맞아야"-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