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전력에 또 도주치사 70대 징역 4년…유족 “처벌 강화해야”
재판부는 사고 당시 음주 정황도 양형 반영했지만
유족 “형량 가벼워…음주·뺑소니 엄벌 처해달라”

이미 교통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한 전력이 있는 70대가 음주 상태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피고인이 사고 당시 술을 마시고 운전한 정황까지 드러났는데도 양형기준 수준의 형이 선고됐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음주운전과 뺑소니를 반복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단독(석동우 판사)은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73)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ㄱ 씨는 지난해 4월 9일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ㄴ(당시 76세) 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ㄱ 씨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는 이유 탓에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사고 직전 식당에서 소주 1병을 마신 점을 양형 이유에 포함했다.
재판부는 "ㄱ 씨는 ㄴ 씨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도 약 7분 동안 119 등에 신고하지 않았고, 목격자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제야 신고를 요청했다"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소방관이 (ㄱ 씨에게) 현장에 남아 달라고 했는데도 자리를 떠났고 '다른 차량이 치고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ㄱ 씨가 이 사고 이후에도 두 차례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사고 뒤 차량을 경찰에 임의 제출하고 다시는 운전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이후 두 차례 무면허 운전을 했다"며 "2019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ㄱ 씨가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점, 사고 현장을 떠났다가 약 4분 뒤 다시 돌아와 스스로 사고를 냈다고 인정한 점, ㄴ 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ㄱ 씨 선고를 지켜본 ㄴ 씨 자녀·사위·며느리 등 유족 4명은 형량이 가볍다고 울음을 터뜨리며 반발했다.
ㄴ 씨의 딸 ㄷ(50대) 씨는 "ㄱ 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30차례 넘게 제출했지만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50년 넘도록 바로 옆집에서 살아온 이웃이고, 자녀 결혼 때문에 올해 4월 구속집행정지로 잠깐 나온 상황에도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면허 운전에 음주 정황까지 있었는데도 기본 양형기준 수준의 형량이 나와 허탈하다"고 말했다.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 도주치사 권고 형량은 기본 징역 3~6년, 가중 5~10년이다.
유족들은 ㄱ 씨와 합의하지 않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나아가 음주운전, 도주치사 등을 근절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뺑소니 교통사고는 2021년 9396건, 2022년 9424건, 2023년 8261건 발생했다. 2023년에도 67명이 숨지고 1만384명이 다쳤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는 1만 351건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 사망자도 121명으로 12.3% 줄었으나 음주운전 재범률은 나아지지 않는 추세다.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자 재범률은 44%에 달했고, 5년간 재범률은 4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ㄴ 씨 아들(50대)은 "사람을 차로 치고 신고를 망설이다가 현장을 떠나기까지 했는데, 형량이 낮으니 음주운전, 뺑소니가 끊이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리를 비롯한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