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장마’에 갇힌 여름

박상현 기자 2026. 7. 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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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시작과 함께 장마 덮쳐
장대비 뒤 땡볕, 체감온도 높아
10일 비 그친 후 또 한증막 더위
8일 오후 장맛비가 내린 대전 유성구 충대정문오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길을 지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올여름은 장마와 폭염의 전성기가 겹치며 ‘폭염 장마’가 이어질 전망이다. 비가 습도를 높이고, 비구름이 걷혔을 때 내리쬐는 강한 햇볕으로 체감 온도가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는 호우주의보(3시간 누적 강우량 60㎜ 이상), 남부는 폭염주의보(이틀 이상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가 내려졌다. 이날 정체전선이 남부에서 중부로 북상하면서 정체전선이 머무는 곳은 호우가, 비켜간 곳은 폭염이 발생한 것이다. 8일 경북 경산·칠곡·의성엔 첫 열대야주의보가 발령됐다. 열대야주의보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역에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특보가 신설된 후 처음 발령된 것이다.

장마철임에도 폭염이 나타나는 것은 장마가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 장마는 제주에서 6월 30일, 중부·남부에서 7월 1일 시작됐다. 평년(1991~2020년)보다 제주는 11일, 남부는 8일, 중부는 6일 늦은 기록이다. 북쪽 찬 공기가 6월 말까지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상공을 차지하면서 일본 부근에 있던 정체전선의 북상을 막은 영향이다. 7월이 돼서야 찬 공기가 물러나면서 공교롭게 폭염과 장마의 시기가 겹치게 됐다. 이로 인해 장마 초입부터 거센 빗방울과 무더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장마다운 장맛비가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의 장마라면 7월 첫째 주는 비가 한창 내리고 있을 때다. 서울의 경우 7월 1~7일 평균 누적 강수량은 80㎜다. 올해는 25.8㎜로 평년 강수량의 32.3%에 그치고 있다. 장마가 늦게 시작된 만큼 정체전선이 가장 강력하게 발달하는 시기도 7월 중순·말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더위의 기세는 높아지고 있다. 7월 첫째 주 서울의 평년 평균기온은 24.3도, 최고기온은 28.3도다. 올여름은 평균기온이 25.9도, 최고기온은 29.4도로 평년보다 1도 이상 더운 상태다. 이는 최근 짧은 기간 한꺼번에 퍼붓는 ‘극한 호우’가 나타나는 현상과도 관련된다. 과거엔 장마 때 비가 장기간 꾸준히 내리면서 비구름대가 햇볕을 막아줘 지표가 달궈지는 것을 방지하고 기온을 떨어뜨렸다. 최근엔 비가 짧고 강하게 내리면서 습도만 높이고 다시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7월은 평년보다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이런 경향이 장마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9일에도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나타날 전망이다. 9일 아침 최저기온은 21~25도, 낮 최고기온은 26~35도로 예보됐다. 서울은 9일 최고기온이 27도로 예보됐지만, 상대 습도가 95%까지 올라가며 최고 체감 온도는 30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 온도는 상대 습도 55%를 기준으로 10%포인트 오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이번 비구름대는 10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에 5~40㎜의 비를 더 뿌린 뒤 한반도 북쪽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10일 오후부터 주말(11~12일)까진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전국에 한증막 더위가 예상된다. 이번 주말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오르겠고, 최저기온도 22~26도로 형성돼 열대야 발생 지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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