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57] 서울숲에 온 경주 최부자댁 뒤뜰

경주 최부자댁에 가면 곳간 크기에 놀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더니 그래서 만석꾼 최부자댁 곳간이 그렇게 컸던가. 하지만 집채만 한 곳간보다도 주목받아야 할 것은 앞에 놓인 뒤주다.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편히 곡식을 꺼내 갈 수 있도록 놓아둔 뒤주. 그 심성이 조선 최고 부잣집으로 12대를 이어가게 한 덕이지 싶다.
최부자댁 솟을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서면 고택의 품격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사당, 사랑채, 문간채, 안채를 다니며 감탄하다 보면 놓치는 공간이 있다. 안채 후원이라 불리는 뒤뜰인데, 안마당 붉은 굴뚝과 장독대를 들러보고는 그냥 나가기 십상이다. 안채 오른편 작은 문을 열고 우물과 앵두나무를 지나면 뒤뜰이다.
주변보다 약간 높아 지형에 따라 화단을 꾸몄나 싶지만 이 사연도 깊다. 사당을 서편에 모신 것도, 기둥을 낮게 하여 집 높이를 낮춘 것도, 성현을 모시는 동쪽에 자리한 경주향교를 위한 배려였다 한다. 향교보다 집터를 낮게 닦기 위해 파낸 흙으로 뒤뜰 지반을 높이고, 북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담장 밖에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뒤뜰은 계단 모양 단을 만들고 단마다 화초를 심은 화계(花階), 협문과 담장이 소박하면서도 운치가 있게 조성되어 있다. 특히, 안채 마루에서 협문 넘어 채마밭으로 이어지는 차경이 백미다. 바람 솔솔 통하는 마루에서 시간은 여름날 누릴 수 있는 호사였을 것이다.
최근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 최부자댁 뒤뜰 풍경을 재현한 정원이 만들어졌다. 누마루와 화계, 낮게 이어진 담장과 협문, 오솔길이 정겹다. 정원에는 단종비 정순왕후가 잠든 사릉 육묘장에서 가져온 우리 고유 수종이 심어졌다. 점차 잊혀가는 옛 정취가 도시 정원에 이어지고 있다. 귀한 손길과 넉넉함이 깃든 곳에서 마음을 다독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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