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 옆 빈티지 의자, 현대판 책가도… 일상과 만나 되살아나는 옛것[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답십리에는 1970년대부터 하나둘 골동품 상점이 생기다가 1980년대 초 청계천 개발을 계기로 황학동, 이태원, 아현동 등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본격적으로 상가가 형성됐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나가기가 어려울 만큼 붐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점차 인기가 시들해졌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바꾼 또 하나의 상점은 골동품 편집숍 ‘OF’다. ‘Old Fashioned Inspiration’(올드 패션의 영감)의 첫 글자들을 조합해 지었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성수동 팝업스토어 문화의 초기 흐름을 이끈 최원석 브랜드 디렉터다. 그는 상업 공간을 단순한 판매 장소가 아니라 소비자와 브랜드가 소통하는 미디어로 새롭게 정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측정하는 새로운 오프라인 마케팅 방식을 만들고 있다.

OF의 공간은 조선시대 ‘책가도’를 모티브로 꾸며져 있다. 책가도는 가구와 책 등을 통해 한 사람의 취향과 지식,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전통 회화다. 벽면 가구에는 오래된 도자기와 가구, 생활공예, 작은 오브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현대판 책가도를 연상시킨다. 이 공간은 일상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며 고미술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방식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준다.
지난해 문을 연 두 상점은 올해 각자의 방식으로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얼마 전 고복희는 도예가 은성민의 전시를 열었다. 은 작가는 반듯한 균형보다 조금은 연약하고 불안정한 자태 속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인간의 온기를 담아내는 도예 작업을 한다. 보통 전시장에는 작가의 작품만 배치하지만, 고복희는 고가구와 다양한 골동품을 함께 뒀다. 이런 전시 방식은 시간을 잇는 작가의 전통적 기법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과거의 기물과 현재의 작품이 서로 어우러진 풍경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고자 하는 고복희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OF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미술을 낯설고 진입 장벽이 높은 세계로 인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고미술과 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한국의 고미술과 공예를 커피, 디저트와 함께 현대적으로 풀어내 경험하게 하는 문화 라운지 카페 ‘리진’을 새롭게 선보였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가 함께 손잡고 미래로 나아갈 때 생명력을 얻는다. 이런 관점에서 답십리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은 한국 전통문화를 이어 가는 데 그 의미가 크다.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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