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건·시민단체, 바이오데이터법 폐기 촉구 "회복 어려운 위험"

김예리 기자 2026. 7. 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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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 부처인 과기부 주도로 생명윤리 연구 심의하고
개인 생체정보·의료기록 통합해 제3자 활용 가능케 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사진=Unspalsh

환자와 보건의료, 노동시민단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바이오데이터 활용 및 인공지능바이오 연구개발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하 바이오데이터법)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안은 인공지능바이오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국민 의료·생체정보를 통합해 연구용으로 공개토록 하고, 기존 생명윤리·개인정보 심의를 우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 환자와 보건의료인, 노동·시민단체가 결성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개방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 7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이 법률안은 인공지능바이오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담고 있으나, 그 수단으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해온 정보주체 보호 체계를 개별 심의를 거치지 않고 특례로 우회하는 조항을 다수 포함한다”며 “법안 폐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이날 의견서를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준호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실에 보냈다.

공동행동 “생명윤리·개인정보 보호 체계 우회
…통합 공개·동의 면제 구조 자체가 위험”

바이오데이터법이 규정하는 '바이오데이터'란 환자의 보건의료 관련 정보와 유전체 등 생체 데이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의료·건강정보, 의료기관이 보관하는 진료기록과 검진정보뿐 아니라, 개개인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되는 개인 생체 데이터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공동행동은 법안이 생명윤리 관련 심의를 관련 산업 진흥 부처인 과기부가 통제하도록 한 구조를 먼저 문제 삼았다. “개인 건강정보와 유전체 정보는 본질적으로 보건의료 영역의 민감정보이며 의료법·생명윤리법이 보건복지부 소관인 것은 이 정보가 환자-의료인 관계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체계 안에서 생성·유통되기 때문”이라며 법안이 기존 법체계를 거슬러 복지부 장관을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서 사실상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생체데이터 활용과 연구개발 관련해선 이 법을 다른 법에 우선하도록 규정한 점(4조)도 기존 정보 보호 체계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입법전문위원이 우려를 제기했다. 개인정보보호위는 이 법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우선 적용되면 기존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훼손된다고 우려했고, 국회 과방위 전문위원은 지난 2월 검토의견에서 개인정보 처리와 정보주체 권리 보장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을 따르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법안은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취급하는 국민의 보험·진료데이터,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환자 데이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바이오연구데이터 등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에 모으도록 했다. 나아가 이를 국가 연구개발 데이터로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 공동행동은 이 역시 권리 침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정보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 일부를 가림 처리하는 등 가명 처리한 정보들도 상호 통합되면 개인 식별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동행동은 “이와 달리 국제적 흐름은 '개방과 통제의 결합'으로 접근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유럽과 미국 사례를 들었다. 유럽연합(EU)의 유럽보건데이터공간(EHDS)은 정보의 2차 활용을 사전 허가와 '안전한 처리 환경 내 처리'가 보장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국가 주도로 국민들의 유전정보와 건강데이터를 모으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인 미국의 올오브어스(All of us)와 영국의 UK바이오뱅크(UKBioBank)도 엄격한 접근 심사와 통제 절차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법안엔 생체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심의할 때 기존 법 규제를 사실상 우회하도록 한 대목도 있다. 과기부 산하 연구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뒤, 해당 심의를 통과하면 기존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와 기관보건의료정보심의위원회(DRB) 심의를 일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라 개인의 의료정보나 유전체 데이터를 연구에 쓰려면, 연구의 윤리성과 대상자에게 미칠 위험 등을 평가하는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법안은 또한 가명(일부를 가림처리한) 유전정보 등 바이오데이터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23조). 국외에서 해당 정보를 조회하는 길도 열어뒀다. 이는 환자의 정보 주권을 보호하려는 현행법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행 의료법 등은 환자 개인이 동의하더라도 의료기관에 축적된 진료 정보를 제3자나 민간 기업에 넘기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법안이 '규제 최소화 노력'을 국가의 의무로 정하고, 연구자에 '규제 개선 신청권'을 부여한 조항을 두고도 “향후 환자 보호를 위한 입법·행정 조치를 상시 완화 대상에 편입”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동행동은 “이들 쟁점은 개별 조항의 부분 수정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며 “(조항들이) 상호 결합할 때 환자와 시민의 권리에 회복하기 어려운 위험을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와 복지부·개인정보보호위 공식 의견 또한 그 위험성을 공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이 법안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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