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산란계 농가 가보니] 계란값 올라도… 사료값·전기요금·인건비에 깊어지는 시름

이하은 2026. 7. 8. 21: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살처분·폭염 등으로 생산량↓
기준가 고시 금지로 가격 눈치 싸움
“해를 거듭할수록 운영 더 어려워”

8일 오전 방문한 함안군 여항면의 한 산란계 농가. 계사 안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20도 안팎의 서늘한 공기가 먼저 느껴진다. 케이지는 6단으로 빼곡히 쌓여 있고, 사료 공급 차량이 레일을 따라 오가며 닭들에게 자동으로 먹이를 내주고 있다. 산란계가 갓 낳은 계란들은 120m 길이의 라인을 타고 선별장으로 이동한다. 이 농가는 하루 약 10만 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계란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에 따른 사육 마릿수 감소, 치솟는 사료값, 폭염에 따른 산란율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8일 함안군 여항면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경남도 축산과와 농협경남본부 축산사업단 관계자들이 생산된 계란이 선별장으로 운반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전강용 기자/

이 농가를 운영하는 박해철(44) 씨는 “사료값, 전기요금, 인건비 할 것 없이 다 올랐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번에 사료값이 ㎏당 39~50원가량 올랐다”며 “지난해 월 1000만 원 수준이던 전기요금은 올해 1500만 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도 예전과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한산란계협회가 정한 기준가에 맞춰 농가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받았지만,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기준가 고시를 담합으로 판단하면서 협회 차원의 가격 조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 씨는 “지금은 오히려 협회가 기준가를 고시할 때보다 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준가 고시가 금지되자 오른 인건비, 사료값 등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농가들은 각자 눈치를 보며 가격을 더 올려 부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모여서 가격을 맞추지 말라고 하니, 결국 서로 눈치 보며 더 높게 부르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와 마트의 계란 할인 지원으로 소비까지 늘면서, 수요는 늘어나는데 가격은 높은 쪽으로 쏠리는 이중 압박이 겹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계란(특란 30개) 전국 평균 가격은 7561원으로, 전년 동기(7022원) 대비 7.7%, 평년(6717원) 대비로는 12.6% 높은 수준이다. 도내 마트에서는 30구 한 판이 8000원 후반대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 체감 가격은 이보다 더 높은 편이다.

가격 구조뿐 아니라 생산량 자체도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박관흠 대한산란계협회 부산경남지회장은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 마릿수가 전국 1130만 마리에 달하는데, 방역 기준상 최소 6개월이 지나고 검사를 통과해야 재입식이 가능해 아직 입식을 못 한 농가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소모성 질병도 변수다. 박 지회장은 “전염성기관지염(IB)에 감염되면 산란율이 최대 50%까지 떨어지는데, 이는 회복이 안 돼 다시 살처분하고 재입식해야 한다”며 “여기에 사육밀도 개선과 친환경·무항생제 인증 확산으로 마리당 사육 공간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마릿수 자체는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폭염도 한몫한다. 박 지회장은 “여름철엔 닭이 물을 많이 먹고 사료를 덜 먹어 계란 개수와 중량이 10% 이상 줄어든다”며 “이 때문에 여름엔 계란값이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