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매일 차리는 '진수성찬'…돈의동 쪽방촌의 해방구

이상엽 기자 2026. 7. 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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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닥다닥 붙은 쪽방 골목에 어느 날부터 밥 짓는 냄새가 납니다.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매일 2천 원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메뉴가 뭘까요?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자나깨나 밥 걱정입니다.

나보다 이웃의 식사 한 끼가 더 소중한 공간입니다.

[조분돌/돈의동 쪽방촌 주민 : 새벽 6시 돼서 일어나 후다닥 약 먹고. 이제 밥 올려놓자. {아니 벌써? 오전 9시도 안 됐는데…}]

서울 돈의동 주민협동회, 사랑방입니다.

[조분돌/돈의동 쪽방촌 주민 : 이름은 조분돌이. 나이 84. 어쩌다가 대구 사람이 서울까지 밀려와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할머니는 매일 아침 이곳에 나갑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고 돈을 받지도 않습니다.

이웃들의 점심 밥상을 차립니다.

[조분돌/돈의동 쪽방촌 주민 : {왜 식사가 중요할까요?} 배가 남은 사람 배고파봐라. 아무것도 못 한다. 밥이라도 잡숴야지. 내가 배고파봤기 때문에 알아.]

다닥다닥 붙은 쪽방, 각자 고립된 일상을 사는 주민들에게 이 사랑방은 해방구입니다.

돈을 모아 4평 남짓 공간을 꾸렸고 많은 사람들이 후원금을 보탰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주민들 스스로 이 공간을 돌봤습니다.

밥값은 2천원, 오늘 밥상에 가지냉국과 제육볶음, 시금치나물과 오이무침이 올랐습니다.

[한원덕/돈의동 쪽방촌 주민 : {가지의 익힘 정도가 제일 중요하겠네요?} 우리가 먹었을 때 물컹거리지 않을 정도.]

요리 경력 30년의 주방장은 마음을 차렸습니다.

[한원덕/돈의동 쪽방촌 주민 : 이 주거 공간에 참 여러 가지 사유로 들어온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거나 사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 마음이 닿았을까.

단골 손님은 알고 있습니다.

[조분돌/돈의동 쪽방촌 주민 : 털보 잘 왔나. 밥 먹으려고? {네. 좋은 아침입니다.}]

[박동열/돈의동 쪽방촌 주민 : {형님 맛이 어떠세요?} 네. 맛있습니다.]

[조분돌/돈의동 쪽방촌 주민 : 내일은 잔치국수다. {잔치국수요?} 한 그릇 잡수러 와.]

[박동열/돈의동 쪽방촌 주민 : {아삭아삭하신가요?} 네. 소리가 나잖아요. 오도독. 오도독. 진짜 맛있어요. 만점이에요.]

늘 혼자였지만 이제 아닙니다.

[박동열/돈의동 쪽방촌 주민 : 공부를 못 배웠어요. 가정이 없어서… 밀양 박씨는 맞대요. 옛날 고아원 아버지가요. {이곳에 오니 어떠신가요?} 좋죠. 밥도 주니까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는 거예요.]

점심 끝.

할머니는 바로 시장을 찾습니다.

오늘 밥값으로 내일 밥상을 또 차립니다.

[조분돌/돈의동 쪽방촌 주민 : 이 친구가 여기서 수십 년을 했기 때문에 잘해. 도사야. {꼬부랑 할머니가 됐어.} 그래도 해야 합니다. 여기 야채는 전부 싱싱해. 친구야. 밥 많이 먹고 건강해라.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더울 때 가장 덥고 추울 때 가장 추운 쪽방촌 주민들 그래도 함께입니다.

[양순태/돈의동 쪽방촌 주민 : 마음이 푸근하죠. 사랑방은 내 꿈이죠.]

어쩌면 이들이 더 단단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이 공간 덕분일지 모릅니다.

국민들 모두 행복하게 사시고 밥 많이 잡수세요.

밥을 많이 먹어야 삽니다. 배고프면 못 살아요.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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