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AI는 ‘어떻게’를 맡고, 사람은 ‘왜’에 집중- 한승문(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

knnews 2026. 7. 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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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인공지능(AI)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었다. 프롬프트를 잘 짜고 모델을 붙이는 능력이 곧 차별화였다. 지금은 다르다.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누구나 켜고 쓰는 설비, 곧 기본값이 되었다. 그리고 기본값이 된 것은 더 이상 차별점이 될 수 없다.

이는 기분 탓이 아니라 비용이 만든 구조적 변화다. 소프트웨어와 AI는 한 단위를 더 만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깝고, 모델을 쓰는 단가마저 빠르게 무너졌다.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는 대신 AI에게 말로 설명해 결과를 얻는 방식까지 퍼지면서, 만드는 일의 문턱은 비개발자에게도 열렸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굳이 돈 주고 사지 않는다. 시장은 사 쓰기보다 만들어 쓰는 쪽으로 기운다.

그렇다면 가치는 사라지는가. 아니다. 위층으로 옮겨갈 뿐이다.

첫째는 문제다. 도구를 잘 다루는 것과 문제를 잘 푸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마케팅 학자 시어도어 레빗의 말로 널리 알려진 비유처럼, 사람들은 드릴이 아니라 벽에 뚫린 구멍을 원한다. 드릴이 공짜가 된 시대에도 팔리는 것은 여전히 누군가의 구체적 문제가 해결된 상태다. 둘째는 피드백이다.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빠른 피드백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 정작 고객조차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가 많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가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했듯, 진짜 문제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암묵지의 영역에 잠겨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 셋째는 신뢰다. “돈을 냈으니 알아서 해 달라”는 태도로는 일이 굴러가지 않는다. 그 솔루션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그림이 그려질 때 비로소 단골이 생기고 신뢰가 쌓이며 파트너 관계로 넘어간다. 마지막은 사람만의 것이다. AI는 이미 쓰인 자료를 놀랍도록 잘 학습하지만, 사람이 깊이 몰입한 상태에서 길어 올리는 것은 학습 데이터에 없기에 끝내 복제할 수 없다. AI가 아래층을 모두 잠식해도 이 자리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기술이 흔해진 다음의 경제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어떻게(HOW)는 AI에 맡기고, 사람은 누구의·어떤·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승문(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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