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친 증거인멸로 다시 떠오른 ‘친족 특례’…피고인 방어권 보장? 처벌 대상? [뉴스분석]

김정화·최혜린 기자 2026. 7. 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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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NEWS IMAGE

자식의 죄를 덜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찰관 아버지를 처벌해야 할까.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아버지인 장모 경감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주요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물건들을 감추거나 폐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형법상 ‘친족 특례’ 조항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직 경찰관인 장 경감은 살인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8일 아들 장윤기의 거주지에 있던 물건을 모두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가슴과 목 부위가 훼손된 성인용품 리얼돌을 해체해 폐기하고, 아들이 중·고교 시절 사용한 구형 휴대전화 여러 대도 소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윤기의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도 장 경감 집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리얼돌이 장윤기의 왜곡된 성 인식과 강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타이는 계획적인 납치범행을 준비한 증거물로, 휴대전화 역시 과거 행적이나 범행 준비 과정을 확인할 자료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 경감이 장윤기의 죄를 덜기 위해 핵심 증거물들을 고의로 폐기했더라도 그를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경찰이 밝힌대로, 인사상 ‘징계’ 조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 4항에서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범인을 위해 범행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가족에게 천륜을 거슬러 범죄 사실을 신고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친족 특례 조항이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가족 보호와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맞선다.

친족 특례는 그간 꾸준히 사회적 논란이 됐다. 지난해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는 김 여사가 받은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반클리프 목걸이 모조품 등을 자신의 장모 집에 숨겼다는 의심을 받았다. 김씨는 수사 과정에서 설령 동생의 범죄 증거를 숨긴 사실이 있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실제 관련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과거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서도 이영학의 어머니가 범행에 사용된 물건과 피해자 옷가지를 불태웠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증거 인멸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보다 파장이 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친족 특례 개정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일각에서는 살인이나 성폭력 같은 중대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친족 특례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가족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핵심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친족 개념 자체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이제는 폐지를 검토할 시점”이라며 “과거 공동체 중심 사회와 지금의 가족관계는 크게 달라졌다.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방식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처럼 일률적으로 처벌을 면제하기보다 양형 단계에서 고려하는 방식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를 보호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문제”라며 규정 자체는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는 “자녀가 본범으로 처벌받는데 부모까지 형사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현재 8촌까지 인정되는 친족 범위는 지나치게 넓다며 직계혈족이나 동거 가족 중심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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