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그래도 ‘삼전닉스’ 팔았다…목표가 하향, 코스피 고점론 확산

외국인이 8일 코스피에서 1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도 상위 1·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높아진 실적 눈높이와 메모리 업황 고점 우려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5% 넘게 밀렸다. 증권가의 목표가 하향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반도체 비중 축소 권고까지 더해지며 반도체발 코스피 고점론이 불붙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409.52포인트(-5.35%) 하락한 7246.79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보다 2%대 약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후 들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낙폭을 키웠고, 약 한 달 반 만에 7240선으로 밀려났다.
이날 지수 하락은 개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주도했다. 그간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순매도와 개인 순매수가 맞서는 흐름이 이어졌지만, 이날은 양상이 달라졌다. 외국인은 1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해 3300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3470억원, 350억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외국인의 매수세는 반도체 대형주로 향하지 않았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 1, 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8206억원, SK하이닉스를 1조167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전날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약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우려까지 번지며 낙폭을 키웠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폭락했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주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발 수급 꼬임 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올해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이 반도체였던 만큼, 반도체 피크 논란은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이익 증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이날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 의견은 유지했지만, 하반기 이후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이익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을 반영해 눈높이를 낮췄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고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가 메모리 구매도 제한되면서 하반기부터 주당순이익(EPS)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기업용 SSD(eSSD) 경쟁력 강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업황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IB에서도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전일 모건스탠리는 고객들에게 발송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경계론을 제기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좁은 폭의 상승장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비중을 줄이고 알파벳, 아마존 등 AI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으로 투자 비중을 옮길 것을 권고했다.
UBS그룹 세일즈·트레이딩 데스크도 고객 노트에서 “SK하이닉스 신규 주식예탁증서(ADR)이 프리미엄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ADR을 매수하고 한국 상장 주식은 매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UBS는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국내 상장에서 미국 2차 ADR 상장으로 향후 전환할 때 허용되는 외국인 보유 한도 여유분에 주목할 것”이라며 “이런 한도 탄력성이 없다면 접근성 부족으로 미국 라인이 뚜렷하고 지속적인 프리미엄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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