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안보가 정책실험 대상? 사관학교 통합·육사 지방 이전은 국방파괴”…초유의 ‘3군총동창회 총궐기대회’

정충신 선임기자 2026. 7. 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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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 사관학교동창회, 국힘 의원등 결의문 결의문 국회의장실·국방부 전달
예비역·안보단체·애국시민 등 46개 단체, 2000여 명 국회 운집
3군 총동창회, 국가 안보 단일 사안 두고 함께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
육사총동창회장은 “육사서 2만2426명 장교 양성 5% 넘는 1476명 전사”
김세진 사무총장 “이론과 현장, 세계사례 무시한 졸속 통폐합, 국방 파괴”
8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임종득 의원,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이 공동주최한 ‘사관학교 통합 및 육사 졸속 이전 반대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8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임종득 의원,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이 공동주최한 ‘사관학교 통합 및 육사 졸속 이전 반대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3군 총동창회가 사관학교 통합 문제와 관련해 사상 첫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당초 약 1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국 각지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동문과 예비역 장성, 장교, 생도 가족,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 유지를 촉구했다.

3군 총동창회가 국가 안보 단일 사안을 두고 함께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군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군 역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 공동 행동이 펼쳐진 것이다.

8일 오전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를 비롯해 사관학교 동문, 안보 단체, 예비역 및 종교계, 학부모, 시민단체 등 46개 단체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관학교 통폐합·육사 이전 반대’ 국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연설을 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유용원(앞줄 왼쪽부터), 김민전, 이달희, 강선영, 임종득, 김미애 의원이 ‘육사 이전 반대’ 등 팻말을 들고 있다. 육사총동창회 제공

이날 궐기대회에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를 비롯해 사관학교 동문, 안보 단체, 예비역 및 종교계, 학부모, 시민단체 등 46개 단체 2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육사 이전 획책 중단’ 등의 손팻말을 든 채 비가 쏟아져도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날 행사는 박판준 육사총동창회장과 국회 한기호 의원 대회사로 문을 열었다. 한 의원은 “이번 시도는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되는 졸속이자 무모한 도박”이라며 “통합에 소요될 3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혈세를 국가 안보 강화와 군의 미래를 준비하는 ‘강군 육성’에 투자해야지, 명분 없는 통합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박판준 육사총동창회장은 “육사에서 지난 80년간 2만2426명의 장교가 양성돼 군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으며, 특히 5%가 넘는 1476명이 전사했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어 규탄사에 나선 김요환 전 육군참모총장은 “현대전과 미래전의 양상이 고도화할수록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과 정체성을 살린 정예 장교 양성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인위적으로 묶는 통폐합은 군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국방부 앞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1인 시위’를 주도한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정부와 국방부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현역 장병과 사관생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객관적 연구와 검증은 부족하고 제대로 된 공개 토론도 없었다”며 “우리 장병들이 열악한 처우와 복무여건에 고통받을 때, 곰팡이 핀 숙소들, 부족한 장비, 열악한 교육·의료 여건 속 군인가족들의 절규, 간부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 앞에서 국방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질타했다. 김 사무총장은 “그런데 육·해·공사 통폐합에는 왜 이토록 빠르고 강력해진 것이냐, 해병대는 분리하면서 왜 육해공사만 통폐합하느냐”며 “세계 주요 군사강국들도 각 사관학교 별로 교육하는데, 국방부는 왜 국제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밀어붙이는 것이냐”고 검증 없는 졸속 통폐합을 질타했다. 김 총장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20일 뒤 사관학교 1차시험을 치른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래세대의 꿈을 짓밟으려는 것이냐, 이론과 현장, 세계사례를 무시한 졸속 통폐합은 개혁도 혁신도 아니다. 대한민국 장교양성체계와 국방에 대한 파괴”라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시민·청년·학부모 대표단들도 “구국의 성지이자 안보의 요람인 사관학교가 정치적 논리나 부동산 기획 등 비군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 이전 시도를 범국민적으로 규탄하고, 국가 안보의 근간을 지켜내자고 결의를 다졌다.

참석자들은 사관학교는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와 전통, 군종별 전문성을 계승하는 핵심 교육기관이라며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추진되는 통합 정책은 국가안보와 군 전투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국방부가 지난 6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국군통합사관학교 기본계획을 순연한 것은 그동안 사관학교 통합 정책이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없이 졸속으로 추진돼왔음을 국방부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군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정책인만큼 관련 연구용역 결과와 정책 추진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 사관학교 생도들의 견해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없이는 결코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총궐기대회 종료 직후 공동주최 측 대표단은 참석자들의 뜻을 담은 결의문을 국회의장실과 국방부에 공식 전달했다. 결의문에는 ▲국군통합사관학교 추진 중단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 ▲연구용역 결과 및 정책 추진 근거 공개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정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주최 측은 “사관학교 통합은 대한민국 국군의 정체성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이라며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와 군 안팎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궐기대회에 모인 2000여명의 뜻은 각 군의 역사와 전통, 전문성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더욱 굳건히 하자는 국민적 요구”라며 “국가안보와 군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 국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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