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다룬 책 냈다가... 베트남 최대 IT기업 창업자 '반국가' 혐의 체포

베트남 당국이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FPT의 공동 창업자인 응우옌 타인 남(65)을 반국가 선전 혐의로 체포했다. 그가 쓴 책이 '국부' 호찌민(1890∼1969) 국가주석을 모독했다는 혐의다.
8일(현지시간)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과 뚜오이째 등에 따르면 하노이 공안부는 최근 남 FPT 전 최고경영자(CEO)를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에 반대하는 정보, 문서 또는 물품을 제작, 소지, 배포 또는 유포한”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지난 5월 펴낸 '타인과 함께하는 이야기: 새로운 빛의 기록'이라는 책에서 호찌민 전 주석 관련 내용을 다뤘다. 공안은 이 책이 베트남 혁명의 역사와 공산당·국가의 정책을 왜곡하고 호찌민 주석, 보 응우옌 잡(1911∼2013) 장군을 비롯한 공산당과 국가 지도자들을 모욕했다고 봤다.
베트남 공영방송 VTV는 전날 메인 뉴스에서 그가 조사받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남은 이 뉴스에서 "책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후회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베트남 당국은 출판사에 모든 도서를 파기하고, 출판으로 얻은 모든 불법 수익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다.
1988년 쯔엉 자 빈 현 FPT 회장 등과 함께 FPT를 창업한 남은 FPT를 베트남 최대 IT기업으로 키워낸 저명인사다. CEO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FPT대학 이사회 부의장을 맡았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청년 창업가 교육에 집중했다. FPT 대학 측은 "남 전 CEO는 이미 개인적 사유로 학교 직책에서 면직되었으며, 해당 도서는 학교와 전혀 무관한 개인의 견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베트남 당국은 이 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한 인플루언서 쩐 비엣 아인(33)도 체포해 기소했다. 아인은 수사 당국에 "시청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얻기 위해 문제의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공안통' 출신 또 럼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체제에서 공안부의 영향력과 정치·사회·사상통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2026 세계자유지수'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100점 만점에 20점을 기록, 최하위 등급인 '자유롭지 못한 국가'로 분류됐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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