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기 삵입니다… SNS 달군 ‘화성 고양이 공고’ 사연

“‘아깽이’(새끼 고양이)라고요? 이거, 삵 같은데….”
지난 주말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고양이인지, 삵인지’ 논쟁을 불렀던 화성시민동물보호센터 공고 속 작은 고양이과 동물이 생후 한 달가량 된 삵으로 확인됐다. 당시 보호소 공고에는 ‘한국 고양이’로 올라왔지만, 사진을 본 일부 누리꾼들은 이마의 줄무늬와 몸의 반점 등을 근거로 삵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인일보가 이 동물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보호소 공고 뒤에는 화성 송산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장 인근 벌판에서 홀로 발견된 ‘아기 삵’의 사연이 있었다.
■어미 잃은 아기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공사장 벌판서 온 뜻밖의 손님
8일 정오께 찾은 화성시 남양읍의 한 카페. 이곳을 운영하는 정경이(60)씨는 몇 주 전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남편이 데려온 작은 동물은 처음엔 귀여운 고양이라고 생각할 만큼 작고 둥근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씨 눈에는 아무리 봐도 평범한 새끼 고양이가 아니었다.
정씨에 따르면 이 동물은 지난달 말께 정씨의 남편이 일하던 화성 송산그린시티 신축 아파트 공사장 인근 벌판에서 처음 발견됐다. 작은 동물이 홀로 기운 없이 나와 있었고 지쳐 있던 탓인지 사람이 다가가도 제대로 달아나지 못했다. 정씨의 남편과 함께 일하던 동료 이주노동자가 이를 붙잡아 정씨 남편에게 건넸다고 한다.

정씨 가족은 이미 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다. 처음엔 새끼 고양이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보살펴주려 했지만 얼굴과 무늬를 볼수록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일단 비어 있던 카페의 외부 공간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쉬게 했다.
무엇보다 먹이를 거의 먹지 않았다. 사료와 간식을 줘도 도무지 입을 대지 않았다. 고양이용 우유까지 시도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물을 조금 마시고 기운을 차린 뒤부터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낮은 소리를 내며 경계했다고 한다.
정씨는 “간식도 사주고 별걸 다 해봤는데 안 먹었다. 밥을 안 먹으니까 너무 안쓰럽고 속상했다”며 “고양이라면 키우고 싶을 만큼 예뻤지만, 인터넷을 찾아볼수록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보호해야 하는 동물이라면 제대로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해 신고했다”고 떠올렸다.
■보호소 공고에 오른 “한국 고양이”… X에서 ‘삵 논쟁’으로 번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 동물은 화성시민동물보호센터(보호소)로 옮겨졌다. 화성시와 보호소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에는 길고양이라는 초기 자문이 나왔다고 한다. 2개월 미만 새끼 고양이는 긴급 보호가 가능한 대상인 만큼 우선 보호소 입소 절차가 진행됐다.
다만 보호소에서도 의심은 남았다. 보호소 관계자는 “고양이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보호종인데 왜 보호소에 있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지만 주말 동안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일단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보호소 공고 사진은 지난 주말 X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공고상 분류는 ‘한국 고양이’였지만 사진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반 고양이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삵이라면 개인이 키울 수 없는 야생동물인 만큼 보호소 공고에 오른 것 자체가 맞느냐는 의문이 나왔고, 반대로 고양이로 처리될 경우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랐다.
다만 화성시는 길고양이로 판명되더라도 안락사하지 않고 방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다친 고양이나 어미 없는 2개월 미만 새끼 고양이는 보호소에서 응급 보호한 뒤 자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발견지 인근으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보호소에 머무는 동안에도 야생동물의 특성은 드러났다. 시판 사료를 줘도 먹지 않자 보호소는 주말 동안 생고기를 따로 공수해 먹이며 돌봤다.
■구조센터 간 ‘아기 삵’,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한다

‘아기 삵’은 지난 6일 평택에 위치한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이송됐다. 센터의 최종 판단은 삵이었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정확한 월령 추정은 어렵지만 한 달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 일정 부분 자란 상태라 야생성도 꽤 있다. 꽤 사나운 편”이라며 “조금 더 돌보고 훈련을 거친 뒤 자연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도 삵은 흔한 손님이 아니다. 센터 관계자는 “삵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는 않고 1년에 몇 건 정도”라며 “방사 시점은 개체마다 다르다. 성장 상태와 계절 여건 등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늦게 구조돼 겨울을 맞게 되면 한 해를 더 넘겨 보호한 뒤 방사하는 경우도 있다.
삵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생김새가 고양이와 닮아 어린 개체일수록 오인되기 쉽지만 개인이 데려가 키울 수는 없다.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삵은 이마에 세로 줄무늬가 뚜렷하고 귀 뒷면에 흰색 반점이 있다. 고양이는 이마에 M자 무늬가 있거나 무늬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며 “삵은 꼬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끝이 뭉툭하며 몸에는 표범처럼 보이는 무늬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마와 귀, 꼬리, 몸의 무늬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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