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응 부실에 분노하는 베네수 민심···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정치적 인사’ 단행[베네수 강진]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이 발생 2주째를 맞으면서 재난 대응의 중점이 수색·구조에서 복구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지진 이후 누적된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에 대한 불만은 임시 정부를 지지해 온 미국 정부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긴급 대응 재원 마련이라는 명목으로 정부 요직에 측근을 앉히는 인사를 단행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지진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150명 증가한 368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수는 1만6740명으로 증가했다. 정부 공식 실종자 수는 여전히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유엔은 실종자 수가 약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 지역에서는 시신 매장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라과이라주 카티아 라마르의 라에스페란사 공동묘지에는 약 314명이 매장됐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신원 미상의 시신으로 이름 대신 영안실 번호로만 식별됐다.
지진 피해로 중단됐던 교통·물류망 복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 인근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대체 활주로를 통해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미국은 공군 병력과 군사 전문가를 파견해 공항과 항만에서의 관제 및 화물 운송 정상화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 구조대가 잇따라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수색·구조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 지역 주민들은 삽과 곡괭이, 때로는 맨손으로 여전히 잔햇더미를 뒤지고 있다.

한편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의 지진 대응을 둘러싼 주민 불만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라과이라 지역 주민들은 국제 구조 인력과 주민들이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는 동안 방관하던 경찰과 군인을 향해 소리치며 항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열흘째 수색 작업 중인 주민 호세 실바(47)는 정부가 현장에 보낸 중장비가 변변치 않은 “2류 장비”였으며 경찰들은 자신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최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구조 활동 성과를 홍보하고 있는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에 대해 위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피해 지역을 방문할 때 입은 명품 의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바는 “정부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를 지지해 온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존 바렛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대리는 지난주 미 최대 스페인어 방송사 유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준 현 정권에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정부의 대응 미흡을 묻는 말에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는 대규모 인도적 지원 활동을 진전시키기 위한 요청에 전적으로 협조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미국 정부가 임시 정부와만 접촉하며 실제 피해를 본 주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부 주민은 미 대사관 밖에 모여 바렛 대사대리를 규탄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단행한 인사 개편도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개각에 이어 이날 국세청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18년간 국세청을 이끈 호세 다비드 카베요를 석유화학공사 수장으로 이동시키고, 로만 마니글리아 국영 베네수엘라은행장을 신임 국세청장으로 임명했다.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카베요가 정부 직책은 유지했지만 차비스모 권력 구조 내에서는 입지가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정부 핵심 기관인 국세청장에 자신의 측근을 배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카베요 국세청장의 형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베요 내무장관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 군부와 당 조직 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차베스주의의 핵심 실세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마두로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지목하기 전까지 그는 차비즘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된 바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긴급 대응에 필수적인 기관의 직책 개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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