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케이블타이', 검찰 보완수사서 나왔다…경찰 '강간·살인' 조직적 누락 의혹

안경호 2026. 7. 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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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실체를 뒤흔들 결정적 단서가 초동 수사를 맡았던 경찰이 아니라 검찰의 보완수사에서 나왔다. 경찰이 장윤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 못한 케이블 타이가 현직 경찰 간부(경감)인 장윤기 부친의 집에서 뒤늦게 발견되면서 사건은 단순 살인에서 초동 수사 부실·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초동 수사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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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초동 수사 부실 전면 재조명
강간 등 살인 배제·증거 누락 규명
지휘 라인까지 수사 확대 가능성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박모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호송차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실체를 뒤흔들 결정적 단서가 초동 수사를 맡았던 경찰이 아니라 검찰의 보완수사에서 나왔다. 경찰이 장윤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 못한 케이블 타이가 현직 경찰 간부(경감)인 장윤기 부친의 집에서 뒤늦게 발견되면서 사건은 단순 살인에서 초동 수사 부실·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경찰이 놓친 핵심 증거를 검찰이 찾아내자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사건의 진실도 끝내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과 경찰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광주광산경찰서 수사팀장 박모(58) 경감에 대해 증거 인멸 등 혐의로 구속하며 현장 수사관들의 위법 여부를 겨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광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며 초동 수사 전반의 의사 결정 과정과 증거 관리 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장윤기의 차량 안에 있던 케이블 타이가 왜 압수되지 않았는지다. 케이블 타이는 피해자를 결박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핵심 증거물이지만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선 확보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 부친의 집에서 해당 케이블 타이를 발견하면서 초동 수사 전반에 의문이 커졌다.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 관계자들은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강력 사건 압수수색에는 통상 여러 명의 수사관이 함께 참여해 차량 내부와 관련 장소를 교차 확인한다. 이런 절차를 고려하면 복수의 경찰관이 참여한 압수수색에서 케이블 타이의 존재를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특정 수사관 개인의 과실보다 수사팀 차원의 조직적 누락이나 묵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당시 압수수색 참여자들의 역할과 보고 체계, 증거물 관리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보인다.

장윤기가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조수석 수납공간에 케이블 타이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수사의 또 다른 축은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경위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초기 광산경찰서 수사팀 안에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윗선 보고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검찰은 실제 이 같은 의견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구의 판단으로 배제됐는지, 그 과정에 부당한 개입은 없었는지를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수사는 자연스럽게 당시 수사 지휘 라인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광산경찰서 형사과 간부와 서장(경무관)은 물론 광주경찰청 보고 체계까지 검찰의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도 "검찰 수사가 실무진 선에서 끝날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을 둘러싼 논의와도 맞물린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바로잡는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런 면에서 장윤기 사건은 보완수사의 실효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초동 수사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수사팀장 개인의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증거 관리와 법률 적용, 보고 체계 전반을 들춰보며 조직적 문제를 규명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남광주의 한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검·경의 미묘한 힘겨루기 속에서 이번 사건이 경찰 수사 체계 전반을 겨누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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