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근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PF) 익스포저가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나, 홈플러스 청산 위기가 짙어지며 2차 부실 우려가 번지고 있습니다. 관련 익스포저가 있는 건설사, 금융사들의 대손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까지 이어질 고금리 환경 속에서 유동성 대응 능력이 이번 사태 파장을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8일 정부 및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제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이행에 필요한 운영자금 최소 2000억원이 조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홈플러스는 과거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구조를 적극 활용하며 연간 약 4000억원의 막대한 임차료를 부담해 왔습니다. 이번 법원의 폐지 결정으로 점포 영업이 중단될 경우, 건물을 소유한 펀드와 리츠로 향하던 임대료 현금흐름은 즉각 단절됩니다. 이는 곧바로 펀드가 빌린 선순위 차입금의 이자 미납 사태를 부르고, 결국 대주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및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PF 부실 위험에 노출된 곳은 기초자산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롯데건설과 DL이앤씨 등 건설사들입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롯데건설, DL이앤씨, GS건설, SK에코플랜트 등 4개사가 홈플러스 20개 현장에서 점포 개발사업에 참여 중으로, PF 우발채무가 해소된 곳을 제외하면 이달 3일 현재 남아 있는 관련 보증 규모는 총 7163억원(롯데건설 5738억원, DL이앤씨 1425억원)에 달합니다.
임대계약이 해지되면 건설사들은 당장의 기한이익상실(EOD)을 피하고자 후순위 PF 차입금의 이자 등 금융비용 부족분을 대여금 형태로 긴급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진짜 뇌관은 사업의 뼈대인 선순위 대출 뭉칫돈에 있습니다. 현재 이들 홈플러스 점포 개발사업에 얽혀있는 선순위 PF 차입금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당장 이 중 약 9000억원이 올해 하반기에,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를 맞습니다. 만약 임대료 수익이 끊길 것을 우려한 선순위 대주단이 대출 만기 연장(차환)을 거부하거나 자산 매각을 위한 EOD를 선언할 경우, 후순위 보증을 선 건설사들은 사업장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선순위 차입금마저 직접 인수하거나 추가 신용 보강을 제공해야 하는 연쇄 부담을 안게 됩니다.
홈플러스 점포를 대상으로 세일앤리스백을 주도했던 유경PSG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 펀드와 리츠 역시 경영난에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유경PSG자산운용의 경우, 2025년 말 기준 운용 중인 부동산 임대형 펀드 3개의 설정액은 1579억9932만원, 순자산가액은 1464억2455만원 규모입니다. 자산운용사의 고유재산보다는 외부 자금(LP)이 투입된 만큼, 임대료 중단 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며 운용사 또한 수수료 수익 감소와 소송 위험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발 위기는 PF 정상화 작업에 매진하던 중소형 증권사들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올 3월 말 기준 중소형 증권사(한신평 조사 기준)의 기업대출은 6조697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말(5조5675억원) 대비 한 분기 만에 약 5000억원 급증했습니다.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PF 펀드 등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우발부채의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36.1%로 여전히 무겁습니다. 올 1분기 중소형 증권사의 표면적인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7%로 하락했지만, 이는 전체 운용자산이 늘어나며 발생한 분모 효과일 뿐, 실질적인 부실 위험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회수가 불투명한 고정이하자산의 절대 규모는 지난해 말 2조9551억원에서 올 3월 말 2조9776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1분기 요주의이하자산이 감소한 것 역시 자산이 건전해진 것이 아니라 상태가 더 악화해 고정이하자산으로 강등(재분류)된 영향이 큽니다. 부실 우려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쌓아둔 대손충당금 규모가 같은 기간 2조814억원에서 2조1100억원까지 커진 것으로 현실화했습니다.
아울러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그룹 디폴트 등 최근 연쇄적인 신용 사건은 시장의 채권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실이 된 대형마트 부지는 공급과잉 우려도 키운다”며 “채권단이 자금 회수를 위해 임차 건물을 새로운 PF 개발 사업으로 돌려 매각을 시도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 매물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