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공격받은 사우디, 홍해까지 원유 수송로 확대 검토

도현정 2026. 7. 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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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호르무즈 해협 지나던 유조선 피격
호르무즈 의존도 줄이려 ‘홍해 우회로’ 강화 방침
홍해 파이프라인 수송량 증설 추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출항해 국내에 도착한 유조선의 모습. 당시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원유 부두에 도착한 이 유조선은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를 통과해 국내에 들어온 첫 유조선이었다. [연합]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동부 유전에서 서부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보낼 수 있는 우회로의 수송량을 현행 하루 최대 700만배럴에서 900만배럴로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국의 원유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이 7일(현지시간)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는 등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서부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보낼 수 있도록, 우회 수송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동부 유전에서 뽑은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바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은 현재 하루 최대 700만배럴 가량을 옮길 수 있다. 검토하는 안 대로 증설이 이뤄지면 전체 수송 능력이 하루 최대 900만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위해 쿠웨이트·카타르 등 일부 이웃 국가들과 초기 단계의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우회로의 수송 용량을 늘리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걸프 지역의 이웃 국가들도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더 많은 원유를 수송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미덥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조치다.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가 진행 중인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던 유조선 2척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사우디에서 실은 원유를 수송 중이던 초대형 유조선도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본 카타르와 사우디는 이란에 즉각 항의했고, 이후 미국의 이란 원유 제재 유예 조치가 전면 철회됐다. 미군은 이번 공격의 책임을 물어 이란 남부의 케슘섬과 시리크 지역 등의 표적 80여곳을 공습했다. 이란은 이에 보복을 예고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은 여전히 보장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영국 정치 자문 업체 하드캐슬어드바이저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카타르가 참여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수송망 구축 논의는 현재의 전략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지역 국가들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번 전쟁의 최대 무기로 내세워 주변국들과 국제 경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 같은 사태로 인해 주변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이는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파이프라인 수송량 확대는 수년에 걸쳐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투입해야 해, 당장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걸프 국가들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푸자이라 항구까지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우회 파이프라인의 원유 수송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공사에 착수했다. 해당 공사는 이미 절반 가량 완공됐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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