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가이드라인]HD현대로보틱스 '주총 필수', 한화에너지 '제외'
HD현대로보틱스·SK플라즈마·LS이브이코리아 물적분할 자회사 해당
한화에너지 같은 ‘상장 자회사의 비상장 모회사’ 중복상장 기준 제외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의 예외적 허용 기준을 결정하면서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는 회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HD현대로보틱스처럼 모회사에서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는 IPO 준비에 난관이 늘어났다. 모회사 주주들의 자회사 상장 동의가 사전 요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에너지처럼 상장 자회사를 둔 비상장 모회사는 중복상장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을 위한 세부기준(이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예고기간 및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이르면 7월 안에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는 상장 모회사로부터 물적분할해 만든 자회사를 상장하려 할때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분할 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자회사가 해당한다. 주주 동의 기준은 모회사 주총 참석주식의 과반 찬성과 함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도 있어야 한다.
이 의결에는 단일 주주(최대주주라면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의결권 행사를 3%까지만 인정하는 ‘3% 룰’도 적용한다.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이 의결에 적용하는 발행주식 총수에서 빠진다.
앞으로 물적분할 자회사를 중복상장하려는 모회사는 그만큼 주주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브리핑에서 “주주 보호 없는 중복상장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기업에서 주주를 찾아다니며 안건을 설명하는 것도 주주 소통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내용에 들어맞는 대표 사례가 HD현대로보틱스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HD현대에서 물적분할해 설립했고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 발행주식 총수는 7899만3085주이고,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주식 합계가 2937만주(37.2%)다. 그런데 3% 룰을 적용하면 정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은 보유한 지분 중 2700만주를 뺀 약 237만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2700만주는 발행주식 총수 계산에서 빠지게 된다.
HD현대가 HD현대로보틱스 상장을 추진하려면 먼저 주총을 연 뒤, HD현대로보틱스 상장 동의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주총에 참석한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그 찬성 주식수는 발행주식총수에서 2700만를 뺀 5199만주의 4분의 1(1299만주, 지분율 16.5%)도 넘어서야 한다. HD현대가 전체 지분의 40.1%(3165만주)를 가진 일반주주 상당수를 설득하지 못하면 HD현대로보틱스 IPO 추진이 사실상 힘들어지는 셈이다.
다른 그룹 역시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에 한층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SK그룹 계열사인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해 만들어졌고 2017년 상장사인 SK디스커버리 자회사로 들어갔다. LS그룹의 LS이브이코리아도 2017년 LS전선에서 물적분할한 곳이다. LS전선은 비상장사이지만 LS전선 모회사인 LS가 상장사인데, 상장사의 자회사가 50%보다 많은 지분을 지닌 손자회사 역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모회사가 물적분할이 아니라 출자나 인수를 통해 편입한 자회사(이하 일반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때 모회사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회사 SK의 10%를 밑도는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저비중 자회사여도 예상 기업가치가 높으면 면제 대상에서 빠진다.
만약 모회사가 일반 자회사 상장에 대한 주주 동의를 받았다면, 거래소는 중복상장 특례심사 과정에서 모회사가 투자자 보호 노력을 이행했다고 간주한다. 반면 모회사에서 주주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거래소는 자회사의 사업자금 조달 필요성과 대안 존재 여부 같은 부분을 꼼꼼하게 따져 특례심사한다. 이 때문에 자회사의 상장심사 통과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면 물적분할이 아닌 방법으로 세워졌거나 인수를 통해 계열사가 된 일반 자회사라 해도 모회사에서 주주 설득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현재 상장을 검토 중인 기업 중에서는 CJ 자회사인CJ올리브영, SK 자회사인SK에코플랜트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CJ와 SK 모두 상장사인 데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조8359억원을 거둬 같은 기간 CJ 매출 45조원의 10%를 웃돌았다.
올해 국내 상장을 추진했다가 일단 철회한 LS에식스솔루션즈도 비슷한 고민을 안게 됐다. LS에식스솔루션즈의 모회사는 LS그룹이 2008년 인수한 미국 상장사 슈페리어에식스다. 슈페리어에식스는 LS아이앤디의 완전자회사이고, LS아이엔디는 LS가 최대주주(95.1%)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는 "여러 단계에 걸쳐 복수의 주권상장법인(상장 모회사)와 연결관계인 종속회사의 경우, 복수의 주권상장법인 모두를 모회사로 판단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즉 LS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을 추진하면, 상장사 LS가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상황에 따라 주주 동의를 받는 책임을 지게 된다.
한편 금융위와 거래소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서 중복상장을 ‘상장한 모회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상장 자회사를 둔 비상장 모회사와 관련해서는 “상장 자체로 인한 자회사 디스카운트 우려가 크지 않아 중복상장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런 대표사례로는한화에너지가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로, 상장사인 한화 지분 22.15%를 지닌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검토하면서 한화 기업가치가 깎일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금융위와 거래소가 비상장 모회사의 기업공개로 상장 자회사의 주가에 악재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면서 한화에너지도 한시름을 덜게 됐다.
최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소노인터내셔널도 부담을 덜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박춘희 소노트리티니그룹 명예회장(33.24%)을 최대주주로 둔 기업이다. 소노스퀘어·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티웨이홀딩스 같은 상장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다.
이규연 (gwe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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