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섬의 삶, 아리랑으로 물결친다

광주일보 2026. 7. 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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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도, 나가기도 어려운 머나먼 섬마을.

음악공장 노올량(대표 민소윤)은 오는 10일 오후 7시 여수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에서 공연 '섬 아리랑'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2018년부터 이어온 '섬 아리랑 프로젝트'의 기록을 공연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민 대표는 "섬 아리랑은 노올량이 만든 노래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섬에 사는 분들이 직접 들려준 삶의 기록"이라며 "이번 공연이 남도 섬의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기고 이어갈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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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국악단 음악공장 ‘노올량’
8년간 지형·생활소리·향토민요 채록
25개 섬 408명 이야기로 9곡 창작
10일 여수살롱서 ‘섬 아리랑’ 공연
음악공장 노올량이 오는 10일 오후 7시 여수살롱에서 ‘섬 아리랑’ 공연을 선보인다. 지난 2020년 여수 자봉도에서 열린 공연 모습.<노올량 제공>
“상태도 춤꾼 김판임이요. 그렇고 저렇게 살았었지. 육 남매를 키우다보니. 내 청춘이 다 가부렀네~”

“점있게 태어나 전점심이요. (에헬방애) 남편은 사년 전 깨팔러 갔소. (에헬방애) 동갑 친구랑 경로당서 (에헬방애) 민화투 치며 재밌게 사네 (에헬방애)”

들어가기도, 나가기도 어려운 머나먼 섬마을. 병원선이 들어오는 날이면 조용하던 선착장이 조금씩 붐비기 시작한다. 진료를 기다리던 어르신들 곁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다가가 조심스레 질문을 건넨다. ‘어디서 왔나요’, ‘어떻게 살아왔나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어르신들도 이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 말들은 가사가 되고, 섬에 전해오던 옛소리는 새로운 노래의 뼈대가 된다. 그렇게 전남 25개 섬, 28개 마을, 408명의 이야기가 ‘섬 아리랑’으로 모였다.

음악공장 노올량(대표 민소윤)은 오는 10일 오후 7시 여수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에서 공연 ‘섬 아리랑’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2018년부터 이어온 ‘섬 아리랑 프로젝트’의 기록을 공연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202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선정작으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남도 섬 문화의 가치를 음악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안 상태도에서 지난 2024년 진행된 \'섬 아리랑\' 프로젝트 모습.<노올량 제공>
노올량은 ‘음악으로 삶을 기록하다’를 모토로 활동하는 창작 국악팀이다. 영화 ‘워낭소리’ 음악감독을 맡았던 민소윤을 중심으로 노래 김채영, 타악 이지안, 베이스기타 김용원, 건반 강민규 등이 함께한다.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삶을 담아내며 ‘명절에 듣기 좋은 국악’, ‘귀한 선물’, ‘세대별 아리랑’ 등을 선보여왔다.

팀 노올량의 시작은 섬에서 비롯됐다. 민 대표와 예술가들은 우연히 2018년 소외계층 문화순회 사업 ‘신나는 예술여행’에 참여하면서 병원선을 타고 고흥 수락도와 득량도, 사양도 등을 찾게 됐다.

민 대표는 “고흥에 가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건 어딘가 맞지 않다고 느꼈다”며 “뻔한 레퍼토리를 일방적으로 들려주기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흥 하화도에서 지난 2019년 진행된 \'섬 아리랑\' 프로젝트 모습.<노올량 제공>
이들은 섬에 들어가기 전 지역에 전해오는 향토민요와 생활 소리, 지형과 특산물 등을 먼저 조사해 기본 선율과 가사를 준비했다. 현장에서는 주민들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며 실제 사연을 더했다. 예컨대 “득량도에는 어떤 나무가 있고, 어떤 물고기가 잡힌다”는 식으로 가사를 만들어 가면 주민들이 “요즘엔 그 물고기 안 잡힌다”고 알려줬고, 노올량은 그 자리에서 내용을 고치는 식이었다.

첫 작업에서 주민들의 말은 12분가량의 곡으로 엮였다. 섬의 풍경과 주민들의 이름, 사연이 노래 속에 들어가자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자신이 건넨 말이 곧바로 가사가 되고, 자신의 마을이 노래에 담기는 경험은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민 대표는 “현장 반응이 좋았고, 함께 간 예술가들도 이 작업의 의미를 크게 느꼈다”며 “그때를 계기로 정식으로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노올량은 전남도 병원선 511호, 512호와 함께 8년 동안 전남의 섬들을 찾아다녔다. 25개 섬에서 만난 408명의 삶은 지역의 설화와 오래된 생활문화, 바다를 곁에 둔 일상과 함께 노래의 재료가 됐다. 노올량은 ‘한국민요대전’에 수록된 완도의 둥당애타령, 여수의 논매는 소리, 신안의 모찌는 소리와 돌개꼭지소리 등을 모티브로 삼아 섬마다 다른 선율을 만들었다. 여기에 어르신들의 목소리와 현장의 웃음, 파도 소리, 악기 연주를 더해 한 곡 한 곡 음원으로 완성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완성한 9곡의 ‘섬 아리랑’이 영상과 함께 소개된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 주민들의 목소리, 창작 과정이 어우러져 관객들은 하나의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듯 섬의 풍경과 사람들의 시간을 따라가게 된다. 공연장에서는 8년의 기록을 정리한 도록과 가사집도 함께 소개된다.

민 대표는 “섬 아리랑은 노올량이 만든 노래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섬에 사는 분들이 직접 들려준 삶의 기록”이라며 “이번 공연이 남도 섬의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기고 이어갈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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