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기는 산더미인데…'사막 군대', 반격 없는 이유?
김지욱 기자 2026. 7. 8. 09:51
지난 5월까지 격렬하게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 대형 불똥이 튄 나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걸프 연안 아랍 국가들인데요, 미군 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란으로부터 수천 발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나라들의 대응이었습니다. 날아오는 공격은 대부분 요격해냈지만, 정작 이란을 향해 독자적으로 맞받아치진 못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뒤에서, 방패만 들고 버틴 셈입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우리나라에서 무슨 무기를 사 갔다, 사우디가 미국에서 군사 원조를 얼마씩 받는다, 이런 뉴스, 어렵지 않게 접하는데요. 그런데 왜, 그 많은 무기를 쌓아두고도 얻어맞기만 하고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을까요? 혹시 스스로도, 자기 군사력을 믿지 못했던 건 아닐까요?

돈을 안 쓴 게 아니다…어디에 썼길래?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렇습니다. 아랍 국가들이 실제로 대비해야 할 건 '비대칭 위협'인데, 정작 전면전용 무기만 사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비대칭 위협이란 드론이나 탄도미사일, 사이버 공격처럼 적은 돈으로 큰 타격을 노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랍 지역의 지형이나 국제 정세를 보면, 이 나라들에 벌어질 가능성이 큰 건 정규군끼리 맞붙는 전면전이 아니라 바로 이런 형태의 분쟁이라는 분석이죠.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랍 국가들은 1970년대 마지막 중동전쟁 이후로는 대부분 국지적 분쟁에 시달려 왔거든요.
최근만 봐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후티 반군의 게릴라식 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이번 이란의 공격 역시 드론과 미사일을 앞세운 전형적인 비대칭 공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런 위협에 맞추려면 해군력을 키우고 드론 같은 '가성비' 무기를 갖춰야 하는데, 정작 예산은 전투기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무기에 쏟아붓는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0년간 사들인 해외 무기를 보면 전투기 비중이 상당히 컸고요.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지난해 11월) : 우리는 투자를 위해 6천억 달러에서 거의 1조 달러까지 증액할 것이라고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여러 분야에 걸쳐 실질적인 투자와 진정한 기회를 창출할 것입니다.]
카타르는 2017년부터 250억 달러, 우리 돈 약 34조 원을 들여 최신 전투기 96대를 사들였습니다. 이러니 정작 실전에서의 '가성비'는 뚝 떨어집니다. 이번 전쟁 때 이란은 아랍에미리트를 향해서만 드론을 모두 2천여 대나 쏟아냈는데요. 문제는 이 값싼 드론을 막겠다고 아랍에미리트는 훨씬 비싼 요격 미사일을 계속 쏴야 했다는 거예요. 싼 공격을 비싼 방패로 받아내는, 한참 밑지는 장사였던 셈이죠. 그 결과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전쟁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의 약 75%를 소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죽하면 대형 수송기가 우리나라 대구까지 날아와, 천궁Ⅱ에 쓸 요격 미사일을 급히 실어 갔을 정도예요. 참고로 이 천궁Ⅱ는 미국 패트리엇의 3분의 1 값으로 96%를 요격해내면서 이번 전쟁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그 많은 무기, 진짜 노림수는?
대표적인 사례가 카타르입니다. 당시 카타르는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마스 같은 이슬람 무장세력을 몰래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게 알려지면서 이웃 아랍국들로부터 단교와 무역 제재 같은 압박을 받게 됩니다. 궁지에 몰린 카타르는 미국 F-15, 영국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랑스 라팔까지 사들이며 강대국들에 사실상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 거죠. 이런 '강대국 구애'는 최근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엔 카타르가 4억 달러, 우리 돈 약 5,500억 원짜리 보잉 747 점보기를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로 쓰라며 통째로 넘겨줬을 정도니까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에미르(카타르 군주)에게 부탁했습니다. 그가 가진 새 747을 우리가 좀 써도 되겠냐고요. 잠깐 좀 쓰고 싶다고요. 우리 비행기들이 너무 낡았거든요.]
요즘 중동 국가들이 우리 무기를 많이 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외교적으로 중요하지만, 무기를 팔 때 복잡한 정치·외교 조건을 함께 걸어오거든요. 중동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거죠. 반면 한국과 거래하면 그런 정치적 부담이 덜한 데다, 성능 대비 가격도 훨씬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 :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같은 경우는 표적당 2발을 발사합니다. (그중) 하나를 맞춰도 명중인 거예요. 그런데 천궁-2 같은 경우는 작년에 UAE에 수락 검사를 할 때 표적당 1발에 성공하는 조건으로 했어요. 쉽게 말하면 원샷, 원킬 100%.]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산 무기를 갖췄다는 사실 자체가, 함부로 건드리기 어렵게 만드는 억지력이 되기도 하고요.
무기는 산더미인데 싸울 군대가 없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방위군은 13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상 왕실 경호를 위한 부대로 통합니다. 이집트에선 군대가 리조트부터 건설사까지 온갖 사업에 손을 뻗은, 하나의 거대한 기업집단처럼 굴러가고요. 그나마 국방력이 있다는 요르단조차, 군 핵심 인력 상당수를 외국에서 데려온 용병에 기대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도 대통령 경호대와 특수부대를 서방 출신 외국인 장교·고문에게 맡기고 있죠.
이러니 무기가 아무리 많아도, 정작 나라를 위해 싸울 '사람'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랍에미리트만 봐도 인구 1,100만 명 가운데 90%가 외국인이에요. 병력도 현역 6만 5천, 예비군 13만 명 규모라지만, 상당수가 외국 국적의 기술, 보조 인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총력전을 벌여야 할 판에 용병 중심 부대로 전장에 나선다면, 전쟁이 제대로 될리 없는 거죠.
물론 아랍 국가들도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는 있습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무기 도입의 절반 이상을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아랍에미리트도 국영 방산기업들을 하나로 합쳐 무기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국방비 지출과 지금의 정치 체제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런 노력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지 모릅니다.
오일 부국들, 달라질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
김지욱 기자 woo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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