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주워 선행하는 할머니에 감동… 유산 기부에 장기기증도 신청”[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그린레거시클럽’ 197호 후원자 박도윤씨
대학원 시절 교수 이야기 듣고
결혼이주민 돕는 활동이 시초
결손가정·밥퍼 봉사 등 이어져
혼자 살아오다 작년 기부 결심
언니 등 가족들이 흔쾌히 응원

“김밥 파시는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유산 기부를 하신 걸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초록우산의 유산 기부자 모임 ‘그린레거시클럽’ 197호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평범한 박도윤(55) 씨는 유산 기부에 대해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 재산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혼자 살고 있는 박 씨가 유산을 기부하게 된 데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부고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그는 문득 태어나 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자신 안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왕 태어난 김에 자신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유산기부 결심으로 이어졌다. 장기기증도 함께 신청했다. 박 씨는 “어차피 떠난 뒤라면 제 몸의 일부라도 필요한 곳에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유산기부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부모에게 이 뜻을 알렸다. 박 씨에겐 언니와 남동생, 조카들이 있지만 “조카들은 부모가 있고 사랑받으며 잘 자라고 있어 제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신 이 마음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기로 했다. 언니에게 유언장을 보여주고 초록우산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언니는 흔쾌히 응원해줬다. 그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그의 첫 나눔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생 시절 교수가 외국에서 온 이들이 한국 환경에 적응하기 얼마나 힘든지 들려준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이후 결혼이주민의 한국 정착을 돕는 후원과 봉사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박 씨는 “내가 건네는 도움이 곧 대한민국을 대표해 따뜻한 손을 내미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한 전쟁 피해 아동 후원, 초등학교 결손가정 아동 후원, 어린이집 나눔교육 연계 후원, 노인 주간보호센터 봉사, 아이코리아 밥퍼 봉사 등으로 나눔의 폭을 넓혀왔다.
박 씨가 특히 마음이 쓰이는 곳은 아픈 부모를 돌봐야 하는 ‘가족돌봄아동’들이다. 그는 “부모가 계속 누워 있다 보니 어린 나이에 집안을 짊어지게 되는 가정이 많다”며 “그 아이는 얼마나 답답할까, 이런 아이들에게 제 나눔이 닿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접하는 것도 그의 나눔에 힘을 보탰다. 초록우산이 연계된 한 프로그램에서 결손가정 아이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의 사연을 접하며 마음이 쓰였다. 박 씨는 “아직도 이렇게 힘든 아이가 많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씨에게 유산기부는 일반적인 기부와는 결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그냥 기부는 단발성인 경우도 있고, ‘도와주세요’라는 요청에 응하는 것이지만, 유산기부는 오롯이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며 “길게 내다보면 미래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유산기부를 진행하면서 제 삶을 한번 정리해보게 됐는데, 참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 결정 덕분에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어려운 점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유산기부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는 못해도, ‘이 사람이 참 좋은 일에 썼구나’ 하고 남겨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전했다. 향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 마음은 늘 열려 있다”며 “능력이 닿는 한 계속 나누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이예린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토바이 출근중 유리가루 코팅 연줄에 목감겨 사망한 두 아이 아빠[아하 브라질]
- 수면내시경 받다 숨진 40대, 그의 휴대전화 메시지함엔…
- [속보]미군 “이란 겨냥 강력한 공습 시작”…호르무즈 상선 공격에 보복
- [속보]“커피 마시러”…수상오토바이 몰고 광안리해수욕장 진입 40대 적발
- [속보]李부동산정책 ‘잘못’ 59.3%…4050도 등돌려-한길리서치
- “브래지어 꼭 벗어야 돼요?”…학교 건강검진 두고 무슨 일이[아하일본]
- [속보]삼성이 원인?美증시 반도체 급락…나스닥 1%하락 마감
- “숨이 안 쉬어진다”…기대가 공포로 바뀐 삼전, 증권가 전망은
- [속보]오산 아파트서 일가족 3명 숨진 채 발견…‘지인에 신변 비관 문자’
- 차기대선? 김민석 19.4%·오세훈 16.1%-여론조사공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