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 출신 고동진이 던진 '원전 PPA'

김대호기자 2026. 7. 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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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전력자급률 전국 최고 수준 원전 집적
이철우의 준비된 경북에 새로운 기회 오나
고동진 국회의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전력에서 갈린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원전을 찾아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첨단산업에는 원전 PPA(전력구매계약)를 허용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면서 경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북의 전력 자급률은 최근 자료 기준으로 2025년 1 ~ 7월 26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가동 원전 26기 가운데 13기가 경북 동해안에 있다.

서울 강남병이 지역구인 고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며 '갤럭시 S7'을 세계 시장에 직접 공개했던 IT 산업 전문가다. 산업 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경험한 그가 "첨단산업에서 태양광은 오답이고 정답은 원전"이라고 밝힌 것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AI 시대 산업 경쟁의 현실을 반영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현행 제도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만 PPA를 허용하고 있어 기업의 에너지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원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반도체와 AI 기업에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원전 전력을 장기 계약으로 공급하면 기업은 전력비를 예측할 수 있고 국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의 제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정부가 광주·전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가 '안정적인 전력 확보'이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수백MW에서 GW급 전력을 24시간 끊김 없이 공급받아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이러한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세계 산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Microsoft, Meta, Amazon Web Services 등이 원전사업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원전 투자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AI 시대의 전력 공식은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전원 확보'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고동진 의원이 "첨단산업에서 태양광은 오답이고 정답은 원전"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경북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은 전국 최대 원전 집적지다. 울진과 경주에서 막대한 전력이 생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영덕에도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에너지 자급률을 갖춘 지역이지만, 지금까지는 생산된 전력이 한국전력의 전국 전력시장으로 편입돼 대부분 수도권으로 송전되는 구조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수년 전부터 "전기가 있는 곳으로 기업이 와야 한다"며 분산에너지 정책과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가장 먼저 주장해 왔다.

경북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구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된 제도에서도 원전은 직접 전력판매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업과 직접 PPA 계약이 가능하지만, 원전은 여전히 한국전력을 거쳐야 한다.

경북이 줄곧 요구해 온 '원전 PPA'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면서도 결국 원전을 포함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첨단산업은 값싼 전기보다 '끊기지 않는 전기'를 먼저 찾는다. 원전 PPA의 필요성이 점차 산업계 전반의 공감대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이런 변화는 경북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원전 PPA가 제도화되고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함께 시행된다면 울진·경주·영덕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원전벨트와 포항의 AI·이차전지 산업, 구미의 반도체 산업을 하나의 거대한 첨단산업 축으로 연결하는 구상이 현실성을 얻게 된다. 특히 영덕 신규 원전이 본격 추진될 경우 경북 동해안은 국가 최대의 에너지·AI 산업벨트로 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원전 PPA는 단순한 전력 거래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데 그쳤던 국가 산업지도를 '전력이 있는 곳에 산업을 배치하는 구조'로 바꾸는 산업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철우 지사가 강조해 온 '준비된 경'북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에너지 자급률,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 분산에너지법과 지역별 차등요금제 선도, 여기에 영덕 신규 원전까지 더해진다면 경북은 AI와 반도체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력 기반을 갖춘 지역이 될 수 있다.

산업의 미래는 결국 전력이 결정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이 던진 원전 PPA 제안은, 그동안 경북이 준비해 온 에너지 중심 산업전략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첫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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