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기후위기 속, 아동의 ‘안전하게 자랄 권리’를 묻다

유난히 길고 뜨거운 여름, 매서운 한파와 예측할 수 없는 폭우. 우리 일상 속 기상 이변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25년 7월 중부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집중 호우로 급하게 대피소를 찾은 이들 중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낯설고 열악한 임시 대피소 환경에서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 공간이나 심리적 안전장치를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재난의 순간, 우리 사회의 보호망에 아동은 없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 '기후위기 속에서 태어나다'에 따르면, 파리협정 서약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1960년생 부모 세대에 비해 평생 동안 산불은 2배, 흉작과 홍수는 각각 2.8배, 가뭄은 2.6배나 더 많이 겪어야 한다.
특히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확률은 무려 6.8배에 달한다. 가장 적은 탄소를 배출했음에도 어른들이 초래한 환경 파괴의 대가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인 것이다. 기후위기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아동권리의 위기'이자 불평등한 '인권 문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동복지시설에서도 이러한 불평등과 격차로 인해 아동의 생존권과 보호권, 발달권이 위협받고 있다. 취약계층 아동이 이용하는 아동복지시설의 상당수는 노후화된 건물 구조로 인해 여름에는 냉방기기를 가동해도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겨울에는 노후화된 단열로 인해 난방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를 침해받고, 재난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상실하며, 기후 불안감으로 인해 온전히 발달할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아동복지시설 지원사업'을 전개해 왔다.
가장 먼저 아이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친환경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를 시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아이들이 쾌적하게 숨 쉴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위기 주체로서 아동의 목소리를 전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어셈블(Earthemble)을 운영하고 있다. 어셈블 아동들은 기후위기와 아동권리 현안을 논의하며, 정책제안 및 캠페인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가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과 실질적인 아동 중심 기후대응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아동 참여 프로그램 '어셈블'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전문가, 학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모여 지표의 실효성과 기업 ESG 보고서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아동을 기후위기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인정하고, 기업의 기후 대응 전략에 아동 권리를 연계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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