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 지하철 타면 코가 시큼”…150조 ‘향’ 시장, K뷰티 도전장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6. 7. 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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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은 서울 서초구 헌릉로 한국콜마종합기술원 내 '센서리 라운지'.

한국콜마는 서울숲과 수원, 태백, 울릉도, 금산, 제주 등 한국 각 지역의 자생식물을 원물로 삼아 향기 성분만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향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기존에는 프랑스 향수, 이탈리아 향수처럼 특정 국가의 향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브랜드가 성장하는 추세"라며 "고가 향수 이외에도 여러 제품을 레이어링하며 나만의 향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은 만큼 다채로운 향과 제형의 제품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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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 ‘센서리라운지’ 가보니
샴푸·보디워시 등 향기 테스트
빛 밝기부터 환기공조시설까지
향에만 집중 가능한 공간 구축
글로벌 업체 향 제품 주문 늘며
상반기 향 관련 제품 85% 성장
한국콜마 센서리라운지 내 향 평가 부스 모습. 각 부스마다 공조시설과 세면대가 설치됐고, 부분가발과 티셔츠 등이 있어 다양한 향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콜마]
최근 찾은 서울 서초구 헌릉로 한국콜마종합기술원 내 ‘센서리 라운지’. 전화 부스 같은 공간에 들어가 보니 온전히 향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였다.

흰색 문은 외부 소음을 차단했고, 내부 공조시설은 공기를 빠르게 빨아들여 외부 냄새를 막아줬다. 부분가발과 티셔츠도 비치됐다. 실제 머리에 뿌릴 때와 옷에 뿌릴 때 느껴지는 향 차이를 감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콜마는 향수나 샴푸·보디워시 등 향이 들어간 제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게 지난해 말 센서리 라운지를 열었다. 후각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도를 조정하거나 음악을 틀 수 있고 스마트글라스 기술로 품평 시 외부 시선 차단도 가능하다. 오롯이 ‘향’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향은 맡는 순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정도로 외부 자극에 따른 편차가 크기 때문에 최대한 향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다른 자극을 차단하는 데 신경을 썼다”면서 “머리카락과 섬유에 남는 잔향의 변화까지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서리 라운지를 오픈한 이후 제품 개발 기간도 당겨졌다. 기존에는 고객사에 샘플을 전달하면 실제 제품을 써본 후 다시 콜마에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 최소 1~2주 이상이 소요됐지만 센서리 라운지를 활용하면 이르면 품평일 당일에도 피드백을 반영한 샘플을 만들 수 있다.

한국콜마 향료연구센터 관계자가 센서리 라운지 내에서 제품을 비교하는 모습. [한국콜마]
한국콜마가 센서리 라운지를 설치한 것은 화장품의 여러 요소 중 향에 관심을 갖는 고객사가 늘어나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향수시장 규모(소매 기준)는 802억달러(약 122조7000억원)로, 내년 향수시장은 939억4390만달러(약 143조73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콜마는 향료연구센터를 통해 향료 제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같은 향을 에센스나 핸드크림·선크림 등 다양한 제형에서 균일하게 구현하는 기술, 서로 다른 향의 발현 속도를 조절하는 확산 제어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 향수뿐 아니라 향 요소를 강조하는 보디워시·보디미스트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특정 공간을 대표하는 향을 만들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사례도 많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 매장이나 교보문고 향 등이 대표적이다.

고은성 한국콜마 향료연구센터 팀장은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나 생활용품 브랜드, 호텔 등에서 브랜드 고유의 향을 룸스프레이나 패브릭스프레이 등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뢰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직원이 센서리라운지 내 평가 부스 안에서 향수를 시향하는 모습. 공조시설을 갖춘 부스 안에는 부분 가발과 세면대 등이 비치됐다. [한국콜마]
K뷰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고객사가 직접 한국에서 만든 향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 한 업체는 스킨케어 신제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기존 계획에 없던 브랜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또 베트남 한 업체는 자사 패션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자체 향수 5종을 기획하기 위해 콜마에 향 제조를 의뢰했다.

한국콜마에서는 올해 들어 향수 신제품 판매가 증가하며 1~6월 신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85% 신장했다.

한국 자생식물을 원료로 만드는 향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서울숲과 수원, 태백, 울릉도, 금산, 제주 등 한국 각 지역의 자생식물을 원물로 삼아 향기 성분만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향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아직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향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향수 수출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향수 수출 규모는 2021년 1109만6000달러에서 지난해 5682만5000달러로 4년 만에 5배 늘었다.

국내에서는 핸드크림·핸드워시, 향수 등으로 유명한 논픽션(535억원), 멀티퍼퓸과 디퓨저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랑핸드(315억원) 등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젠틀몬스터 운영사인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향 관련 브랜드인 탬버린즈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25억원에 달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기존에는 프랑스 향수, 이탈리아 향수처럼 특정 국가의 향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브랜드가 성장하는 추세”라며 “고가 향수 이외에도 여러 제품을 레이어링하며 나만의 향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은 만큼 다채로운 향과 제형의 제품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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