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만금공항 대체서식지 실효성 없어…세계 최대 철새 경로 단절”
국내외 생태학자, 새만금신공항 국토부안 비판 의견서
“인간 경계선 인지할 거란 비현실적 가정 근거” 지적

새만금신공항 건설 때 조류 충돌 완화, 생태보전을 위해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안이 멸종위기 도요물떼새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나아가 이동성 조류를 내쫓아야 하는 공황 활주로 옆에 조류를 불러모으는 서식지를 만드는 계획 자체가 모순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2건의 ‘새만금신공항 개발사업 조류 대체서식지 검토 의견서’를 보면, 이 지역 주요 이동성 조류인 도요물떼새류는 대체서식지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체서식지란, 개발사업으로 멸종위기종 등 주요 동식물의 서식지 훼손이 예상될 때 주변에 동일·유사하게 만드는 서식지다.
미국 프린스턴대 에너지·환경정책연구센터의 무 퉁 연구교수 등 네덜란드·포르투갈·중국 조류생태학자 7명은 의견서에서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의 훼손·파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수라갯벌에 의존하는 도요물떼새 무리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대체서식지의 조류 군집 수용이 실제로 입증될 때까지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전북특별자치도가 ‘새만금신공항 건설 기본계획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들은 신공항 건설부지에서 16~18㎞ 떨어진 군산시 개야도, 만경강·동진강 하류, 새만금 환경생태용지 등에 조류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전략영향평가단계에서 대체서식지 조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를 좀 더 구체화한 모양새다.
그러나 학자들은 대체서식지가 가까이 있더라도 도요물떼새들이 그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이들이 정확히 같은 시기·장소·경로를 이용하는 높은 ‘서식지 충실도’(Site Fidelity)를 보이기 때문이다.
무 박사는 “겉보기에 동일해 보이는 갯벌이어도 도요물떼새 종들은 특정 장소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갯벌은 지역마다 조석간만의 차, (새들의 먹이가 되는) 무척추동물의 군집, 경사·지형·고도가 다르고, 하나의 연속된 갯벌 안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도요물떼새들은 해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상의 같은 경로를 따라, 호주·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알래스카까지 1만㎞ 이상을 비행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서천·수라갯벌은 3~7일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새들이 생존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간 기착지’다. 퉁 박사는 “특정 서식지가 파괴되면 그 장소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던 도요물떼새 개체들은 대부분 사망한다”고 했다. 이미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붉은어깨도요 9만마리를 비롯해 도요물떼새 13만마리가 사라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갯벌·해양생태 보전 전문가인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소장도 “중간 기착지는 조간대 습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인공적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이 기착지의 미세한 훼손만으로도 세계 최대 철새 이동 네트워크 전체가 단절되거나 국제적 보호종의 개체군 붕괴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등의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이 국제 규범을 왜곡하고 국내 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명호 소장이 낸 의견서를 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국제 지침으로 개발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훼손을 막으려 ‘회피→최소화→상쇄(보상)’라는 엄격한 순서를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체서식지는 상쇄에 해당하는 방안으로, 회피·최소화 등 앞선 단계 노력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할 때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다. 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대체서식지 조성·관리 업무처리지침’ 또한 마찬가지다. 지침은 ‘원형보전→사업지 내 대체서식지→사업지 외 대체서식지’ 순서를 준수하도록 하고, 원형보전이 어려운 경우에도 ‘객관적인 명확한 사유’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명 소장은 “(새만금신공항 개발계획은) 회피 단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류탐지레이더 운영·주변 서식지 관리·대체서식지 조성 등 최소화·상쇄 단계의 기술적 저감 방안만 나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원은 입증되지 않는 대체서식지 성공 가능성을 근거로 개발 당위성을 인정해서는 안 되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회피’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계획에 사법적 통제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공항 활주로 인근(반경 13㎞ 내)에서 먹이원 차단·맹금류 트랩·서식지 유인시설 설치 금지 등 조류를 퇴치하는 방안을 시행하면서, 16~18㎞ 근방에 조류를 유인하는 서식지를 마련한다는 것은 “인간이 정한 경계선을 인지하고 이동할 것이란 비현실적·비과학적 가정에 근거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공항 개발이 조류충돌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퉁 박사는 “(도요물떼새와 달리) 기러기, 오리, 가마우지, 갈매기 등 대형 물새류는 갯벌이 매립된 이후에도 수라갯벌을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들은 훨씬 더 심각한 조류 충돌 위험을 야기한다”고 우려했다. 명 소장은 대체서식지가 조류를 유인한다고 하더라도 “유인된 조류가 조성지에 도달·왕래하는 과정에서 신공항의 이착륙 경로·공역을 반복적으로 통과해 충돌 위험이 증대한다”고 내다봤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국민소송인단은 두 의견서를 오는 15일 4차 변론 전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공항건설팀 관계자는 “원고 쪽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만 참고해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에서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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