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귀갓길, 택시에 탄 뒤 사라진 보육교사…17년째 미궁에 빠진 ‘제주판 살인의 추억’ [오늘의 그날]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2026. 7.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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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마지막 택시, 9년 만의 재수사'제주판 살인의 추억'의 시작=사건은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시작됐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20대 여성 이씨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남자친구 집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지만, 3분 만에 다투고 나와 114를 통해 콜택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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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20대 보육교사, 마지막 행적은 택시였다
실종 7년 만 재수사…물증 없이 치열한 법정 공방
무죄 확정에 ‘제주판 살인의 추억’은 여전히 미제로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 재조사에 나선 제주 경찰이 사망 시점을 밝혀 내기 위해 2018년 1월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에서 돼지를 이용한 부패 실험을 하는 모습. 제주경찰

“저의 모든 인생이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6년 전인 2020년 7월 8일,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2심 선고가 진행됐다. 유일한 용의자로서 법정에 선 피고인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받았고, 이듬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면서 ‘제주판 살인의 추억’은 결국 미제로 남았다.

◇마지막 택시, 9년 만의 재수사…‘제주판 살인의 추억’의 시작=사건은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시작됐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20대 여성 이씨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남자친구 집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지만, 3분 만에 다투고 나와 114를 통해 콜택시를 불렀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가족들은 그녀가 귀가하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고, 이후 엿새 만에 이씨의 지갑과 휴대전화가 든 가방이 발견됐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월 8일, 애월읍 한 농업용 배수로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와 오랜 세월 풀리지 않은 미제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 사건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경찰은 이씨를 마지막으로 태운 택시를 쫓아 도내 택시기사 5000명을 조사했고, 사건 당일 현장 인근을 지난 택시기사 박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사망 시점은 ‘시신 발견 24시간 이내’로 추정됐다. 당초 경찰이 예상한 실종 당일 살해 가능성과 충돌되는 결과였다. 이후 박씨의 알리바이가 인정되며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직접증거 없는 법정 공방…1·2심 모두 무죄 판단=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지자 장기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고, 경찰은 이듬해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에 나섰다.

국내 최초로 돼지와 개의 사체를 이용한 부패 실험까지 동원해 사망 시점을 다시 추정했고, 그 결과 실제 사망은 실종 당일에 가깝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여기에 박씨의 택시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의 털과 비슷한 섬유가 새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2018년 5월 경북으로 거처를 옮긴 박씨를 다시 붙잡았다.

검찰은 박씨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9년 3월 열린 첫 공판에서 박씨의 변호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를 만난 적조차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고, 직접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고됐다.

같은 해 7월,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미세섬유는 당시 대량 생산된 것으로 박 씨의 택시에서 나온 미세섬유와 피해자의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다툼은 계속됐다. 검찰은 무스탕 털을 다시 분석해 박씨와 피해자의 접촉 가능성을 부각시켰고, 사실상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미세섬유 분석 결과는 동일성 자체를 논할 수 없고 증거의 가치도 떨어진다”고 맞섰다. 결심공판에 나선 박씨는 준비한 메모를 읽으며 “지난 2년간 재판을 겪으면서 저의 모든 인생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2020년 7월 8일,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물 털과 미세섬유, 폐쇄회로(CC)TV 분석만으로는 살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고, “검찰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전제해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배포된 김씨 수배 전단. 뉴스1

◇대법원 무죄 확정…끝내 남은 ‘제3의 택시’ 가능성=1년 후인2021년 10월 열린 상고심에서도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박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대량생산되는 섬유로서 동일한 색상의 섬유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이를 박씨와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박 씨는 “처음부터 다 억측으로부터 시작됐고, 모든 과정에서 재판부나 언론이나 마찬가지로 저한테는 전부 족쇄 같은 존재들이었다”며 “제 생활하는 데 있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고,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후 제주지법에 7700만원 규모의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한편 사건 초기, 실종 당일 피해자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여성을 태웠다는 다른 택시기사의 제보가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성 승객을 태웠다는 다른 택시기사의 제보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운전한 차량 또는 택시에 탑승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마지막으로 피해자를 태운 차량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누가 이씨의 생명을 앗아갔는지는 사건 발생 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법망을 따돌린 채 17년간 숨어있는 진범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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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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