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원치 않는다” 광주일고의 선처 호소…배재고 봉황대기 길 열리나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광주제일고가 ‘5·18 조롱 응원’ 논란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선처를 호소했다.
눈물의 사과를 받아들인 데 이어, 학생 선수들이 다시 경기장에 설 수 있도록 행정적 지혜를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논란은 일주일 만에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관심은 배재고에 내려진 6개월 출전정지 징계가 재심에서 조정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과 학부모, 교직원은 지난 6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를 직접 찾아 사과했다. 이들은 광주제일고 학생과 교직원 앞에서 자필 사과문을 낭독하고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 선수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과 학부모들도 눈물로 사과했다.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이규연 교장, 조윤채 감독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광주제일고는 “앞으로 경기를 하게 된다면 정정당당하게 멋진 승부를 펼치는 날을 기대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광주제일고 총동창회도 7일 입장문을 냈다. 총동창회는 “우리의 궁극적이고 타협할 수 없는 목표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올바른 교육과 정의의 회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 학생들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은 우리가 바라는 길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학생들을 향해서도 “상처 입은 우리가 먼저 관용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며 “진정으로 반성한 학생들이 관계 당국의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일고인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제일고도 별도 입장문을 통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요청했다.
학교 측은 “고교 야구 경기장은 치열한 승부의 장이자 교육의 장”이라며 “어제의 용서와 화해의 모습을 고려해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장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가능한 행정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징계는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배재고는 2일 청룡기 2회전부터 몰수패 처리됐다. 징계가 유지되면 올해 남은 전국대회 출전도 어렵다.
특히 8월 열리는 봉황대기는 지역 예선 없이 치러지는 전국대회다. 대입을 준비하는 3학년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무대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징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학생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모두 막는 방식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근신, 역사 교육, 봉사활동 등 교육적 방식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규정상 배재고는 징계 의결일로부터 일주일 안에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기한은 8일까지다. 재심이 열리면 6개월 출전정지 징계가 감경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양교 화해로만 끝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논란은 고교 스포츠 현장의 문제를 넘어, 학생들 사이에서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드러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배재고 응원 논란 이후 전국 교사 1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가까이가 최근 1년 안에 교실에서 학생의 역사 왜곡, 혐오, 조롱 표현을 접했다고 응답했다.
초·중·고교생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 비극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본 적 있다고 답한 학생이 절반을 넘었다. 주요 경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었다.
학생들이 무심코 따라 하는 표현이 실제 역사 왜곡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필요성도 커졌다.
광주제일고의 선처 호소는 면죄부 요구가 아니다. 사과를 받은 학교가 처벌보다 교육을 통해 다시 세우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배재고의 징계 수위는 대한체육회 재심 절차에 달렸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남긴 과제는 더 크다. 경기장 안의 응원 구호 하나가 교실 속 역사 교육, 혐오 표현, 학생 스포츠의 책임 문제까지 끌어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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