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친구와 다른 점? 없어요!”…교실에서 배우는 ‘함께 사는 법’[희망이음 함께하는 내일]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마음 튼튼’

다문화·비다문화 학생 협력 수업
블록 쌓기 등 협동 통해 소통 경험
‘나’를 이해하고 공동체 가치 습득
학생들 “감정 조절하는 법 배웠죠”
교사 “아이들 변화, 가장 큰 보람”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도림초등학교 교실. 한여름 더위에 머리가 땀으로 젖은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들어섰다.
“휴대폰은 집어넣으시고요. 자, 오늘도 우리 규칙을 같이 읽어볼까요?”
“시간을 잘 지켜요.” “바른 자세로 인사해요.” 수업 규칙을 함께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이날 서울도림초에서는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의 ‘몸 튼튼 마음 튼튼’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음 튼튼’ 수업이 진행됐다. 삼성의 후원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다문화 아동과 비다문화 아동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서울도림초를 포함해 전국 14개 기관에서 15개 클래스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도림초에서는 4~6학년 학생 20명이 참여하는데 이 중 11명이 다문화 가정 아동이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는 약 28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5%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구조적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이 기준을 넘어섰다.
이날 마음 튼튼 수업의 주제는 ‘소통의 기술’이었다. 수업 목표는 협력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긍정적인 소통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종의 ‘실습’이 진행됐다. 둘씩 짝을 지어 A학생이 먼저 자유롭게 블록을 조립한 다음, 등을 맞댄 채 앉아 있는 B학생에게 말로만 설명해 같은 모양을 만들게 하는 방식이었다.
“얇고 진한 파란색 블록 있지? 그걸 맨 아래에 깔고. 핑크색 있잖아, 그걸 위에…”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이리저리 블록을 조립해봤지만 대부분 원본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만들어졌다.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B학생에게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파란 것 중에 몇칸짜리 말하는 거야?” “맨 오른쪽에 있는 게 노란색 맞아?”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 추가되자 성공한 팀은 네 팀으로 늘어났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일방향 소통보다 쌍방향 소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날 수업에서는 갈등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나 전달법’도 배웠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지도교사 이성은씨(49)는 아이들에게 “현재의 객관적인 사실과 그에 따른 나의 감정을 왜곡하지 않고 잘 전달하는 것도 경청하는 것만큼이나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6학년생 박수훈군(가명)은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학생이다. 이날 가장 친한 친구인 조희수군(가명)과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수훈군은 “한국말이 서툴러 약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도 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희수는 뽀로로 같아요. 계속 저랑 붙어 있고요. 장난도 계속 걸어요.”
이에 비다문화 가정 학생인 희수군은 웃으며 답했다.
“수훈이랑 같이 우산으로 칼싸움할 때 재밌어요. 수훈이는 처음에는 얌전한데 친해지면 장난기가 많고 저한테 계속 달라붙어요.”
5학년 유나영양(가명)은 부모가 모두 중국인이다. 나영양은 “유치원 다닐 때는 말이 안 통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며 웃었다. 나영양은 한국어 실력이 늘면서 다른 다문화 친구들을 돕게 됐다고 했다.
“혜지라는 친구가 베트남 친구인데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내향적이고 부끄러움도 많이 탔어요. 그래서 제가 같이 놀자고 했어요.”
비다문화 가정 학생인 5학년 박찬희군(가명)은 ‘다문화 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답했다. “없어요!”
마음 튼튼 수업은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의 이해와 소통을 돕기 위해 마련됐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영양은 이 수업의 가장 좋은 점이 “진짜 감정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이어 “여기서는 아무한테도 말 못하는 진실한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인생 그래프 그리기’를 꼽았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곤두박질친 나영양의 그래프는 최근 상승선을 그리고 있었다.
찬희군은 이 수업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엄청 화날 때가 있었어요. 3학년 때는 누가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서 저도 욱해서 싸운 적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그런 상황이 와도 속으로 ‘침착하자, 무작정 화내고 싸우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해요. 그걸 마음 수업에서 배웠어요.”
지도교사 이씨는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성’이다. 학생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여러 학기에 걸쳐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도교사들은 아이들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다문화·비다문화) 통합 교육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 때문에 위축되는 아이들이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그런 사각지대를 조금이나마 메우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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