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83> 여름 제주, 벤자리와 독가시치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2026. 7. 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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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 제주서만 허락된 맛…차지고 고소함이 돌돔 뺨치구려

- ‘벤자리’ 산란 전 지방 많고 쫄깃
- ‘서민 돌돔’ ‘사돈 대접하는 회’
- 주민 밥상엔 조림·구이로 올라

- 따치라고도 불리는 ‘독가시치’
- 대부분 여름철 제주서만 서식
- 특유 풀향에 다소 호불호 갈려
- 쌈·된장 베이스 물회로도 즐겨

여름철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 벤자리 생선회. 남해안 제주 부근 해역 등에서 서식하는 난류성 어종으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물회로도 인기가 많다.


여름철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선이 있다. 이들 생선이 난류성 어종인 데다 여름철 제주 인근에만 출몰하는 어종이기에 그렇다. 벤자리와 독가시치(따치)다. 이들은 여름 태평양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일본 연해에서 제주도 추자도를 비롯해 남해 연안으로 회유한다.

그중 독가시치는 대부분 여름철 제주 지역에 서식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는 이름조차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벤자리는 제주에서도 남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어획되기에, 한때 북제주 지역 사람들조차도 생소한 물고기였다.

▮여름, 제주에서 맛보는 귀한 생선

벤자리는 농어목 하스돔과에 속하는 난류성 바닷물고기로, 수심 50m 이내의 해조류가 많고 암초가 잘 발달한 곳에 무리 지어 서식한다. 크기는 30㎝ 전후, 다 자라면 50㎝에 이른다. 30㎝ 미만은 ‘아롱이’라고 부르고, 40~50㎝가 넘으면 ‘돗벤자리’라고 부른다.

‘독가시치’는 농어목, 독가시치과에 속하는데, 독가시치속 물고기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어종이다. 여름철이면 남해안 제주도 부근 해역 등에서 서식하는데, 해조류가 많은 얕은 연안을 떼 지어 돌아다닌다. 크기는 30㎝ 내외. 최대 40㎝까지 자란다.

이들 둘 다 자리돔, 한치와 더불어 여름철 제주 사람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물고기들이다.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지녀 횟감으로도 인기가 많지만, 제주 사람들은 이들을 여름 식재료로 귀히 여기며 물회나 조림, 매운탕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다.

개인적으로도 이들을 제주 여름 별미 생선으로 첫손 꼽는데, 정작 이 둘을 처음 접했던 것은 제주도가 아니었다. 벤자리는 일본 대마도에서, 독가시치는 부산 방파제에서 낚시로 잡아 첫맛을 보았다.

벤자리회를 처음 맛본 것은 오래전 일본 대마도에서다. 이즈하라 어느 뒷골목 이자카야에서 한글로 쓴 메뉴판에 ‘다금바리회’로 소개하고 있었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 가격이 쌌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바리류’의 ‘붉바리’나 ‘능성어’ 정도는 될 것으로 생각하고 주문했다. 그때 상에 올라온 생선회가 벤자리회였다. 동행들과 실소를 하며 한 점 먹었는데, 제철의 자연산 회라 아주 찰지고 고소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독가시치의 기억도 새삼스럽다. 부산에 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고 동네 낚시에 익숙했던 터이다. 여름철이면 동네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고등어 매가리 등으로 쏠쏠하게 손맛을 보곤 했는데, 어느 해 여름 듣도 보도 못한 물고기가 부산 전역의 낚시터에 몰려든 적이 있었다. 제주에서 흔히 잡히는 독가시치였다.

생소한 이 물고기를 아무 생각도 없이 덥석 잡은 부산의 낚시꾼들은 강렬한 독이 있는 이놈의 지느러미 가시에 쏘여 너나없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했었다.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팔 전체로 퍼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것. 그러나 즉석에서 회로 맛본 독가시치회는 두고두고 별미의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벤자리(왼쪽)와 독가시치(따치)의 모습.


▮고소한 생선회, 끓여먹어도 별미

여하튼 이들은 모두 여름에 제맛을 볼 수 있는 별미 생선들이다. 특히 여름철 제주 서민들에게는 넉넉하고 기꺼운 바다 식재료로, 입맛 없는 여름철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는 생선이기에 더욱 사랑받는 어족들이다.

그중 벤자리는 산란 전에 지방이 많고 고소하며, 차진 식감 또한 최고조에 이른다. 그래서 회나 물회로 인기가 많다. 제주에선 벤자리회를 ‘사돈에게 대접하는 생선회’라고 귀한 대접을 했다. 그만큼 여름에 먹는 벤자리회는 돌돔회보다 맛있다고 한다. 여름 벤자리를 ‘벤자리돔’ ‘서민들의 돌돔’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 토박이들은 이에 더해 가정에서 구이나 조림으로도 즐겨 먹었다. 특히 ‘벤자리 미역국’은 겨울철 ‘옥돔미역국’을 대신한 여름 미역국으로 널리 사랑받아 왔다.

‘제주향토음식보전원구원’ 고 양용진 원장의 말을 빌자면 “제주의 옛 어르신들은 여름에는 ‘리’ 자로 끝나는 생선이 맛있다고 했는데요, 우선 ‘자리’가 맛있고 ‘붉바리’와 ‘다금바리’, ‘객주리(쥐치)’ 그리고 ‘벤자리’가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중 벤자리는 제주에서도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생선이지만, 옛 제주 사람들의 여름 밥상에는 심심치 않게 올랐던 ‘바릇괴기(생선)’가 벤자리”였다고.

제주도에서도 제대로 벤자리회 맛을 볼 수 있는 곳은 우선 서귀포가 대표적이고 성산과 표선, 서귀포 중문 모슬포에 이르기까지 제주 남부 지역이다. 자연산을 취급하는 횟집이라면 이즈음 맛있는 벤자리회를 먹을 수 있겠다.

독가시치 생선회.


독가시치도 여름철 제주를 대표하는 어종이다. 제주항 인근 방파제에는 매년 독가시치 낚시가 성행할 정도로 제주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물고기이다. 독가시치는 산지인 제주도에서는 ‘따치’ 혹은 ‘따돔’으로도 불린다.

여름철 낚시를 하다 보면 낚싯대에 걸린 독가시치의 퍼덕임이 ‘따따따따~’ 하고 짧게 요동치는 손맛 때문에 ‘따치’라 부른다는 것. 그리고 제철 여름에는 여느 돔만큼이나 맛이 좋다고 ‘따돔’이라고도 불린단다.

독가시치는 등 배 가슴지느러미 등에 독을 품고 있다. 특히 등지느러미와 아가미 주변 가시에는 신경독이 있어 찔리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낚시 할 때나 손질할 때 늘 조심해야 한다.

독가시치는 현재 양식이 되지 않으면서, 주로 여름철 제주 산지에서만 바로 소비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만 그 맛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독가시치는 해조류를 주식으로 하기에 내장에 해조류의 독특한 체취가 난다. 그래서, 장만을 할 때 내장을 건드리지 않아야 독가시치 본연의 맛을 볼 수가 있다. 그런 이유로 독가시치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은 거의 제주도에 있다.

제주에서는 이 따치를 큰놈은 포를 떠서 먹고, 작은놈은 뼈째 썰어 먹는다. 껍질을 살짝 데쳐 먹어도 제맛을 더한다. 회에 특유의 풀 향이 배어있기에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회는 깻잎 등 채소에 막장을 얹어 쌈을 싸 먹고, 물회도 된장 베이스가 잘 어울린다.

회를 뜨고 남은 따치의 뼈와 머리로는 된장을 풀어 푹 끓여낸 진한 국물의 ‘따치 매운탕’으로 먹는데, 구수하고 칼칼하게 지져내기에 또 다른 별미이다.

물회 또한 비린내가 적고 된장 특유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여름 물회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수산물 중 특히 제주에서만 제맛을 볼 수 있고, 제주 서민들이 널리 사랑하고 즐겨 먹던 어족, 벤자리와 독가시치. 아롱이, 따치 등으로 부르며 애정을 쏟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물고기. 제주 여름을 더욱 풍족하게 하던 이들이 있어, 제주는 사시사철 넉넉한 바다를 품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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