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 착공까지 ‘산넘어 산’

김성빈 기자 2026. 7. 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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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관련 제한부터 공급 계획까지
산단 지정, 특례법 따르면 단축
나대지 24만 평 즉시 공사 가능
팹 계획 나와야 전력·용수 설계
마륵동 탄약고 부지와 이전 대상 부지. /전남광주특별시 제공

광주 군공항 종전 부지가 서남권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클러스터로 낙점됐지만, 착공까지는 넘어야 할 제도적 산들이 남아 있다.

7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 팹을 짓기 위해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비행안전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산업단지 지정까지 순차적 선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착공이 절박한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속성에 있다.

팹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의 속도전이 치열한 만큼, 선착공 여부가 곧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 보호구역·비행안전구역 해제가 '첫 관문'
군 공항 부지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군사시설보호구역이자 비행안전구역으로 이중 지정돼 있다. 현재 일반인 출입조차 제한된 상태로, 구역 해제·완화 없이는 공사는 물론 산업단지 조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규제 강도에 따라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뉜다. 통제보호구역은 출입 자체가 차단되고, 제한보호구역은 특정 행위에 한해 제한이 따른다.

완전 해제가 아니더라도 통제에서 제한으로 등급을 낮추는 완화만으로도 개발 절차 진입이 가능한 만큼, 해제와 완화를 병행 추진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비행안전구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별도로 해제해야 하는 또 다른 규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풀리더라도 비행안전구역이 그대로 남으면 활주로 인근 고도제한 45m는 유지된다. 두 규제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보호구역 해제·완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 3월에는 세종·거제·철원·화천·김제 등 5개 지역에서 여의도 면적 5.5배인 1천602만㎡를 해제·완화했다. 다만 관할부대, 합동참모본부, 국방부의 3단계 심의를 거치는 구조인 데다, 광주 군 공항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미군 전시증원기지(COB)로 지정된 현역 군사시설이라는 점에서 해제 범위와 시기 모두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보호구역 해제가 이뤄져야 비로소 산업단지 지정 절차에 진입할 수 있다.

◇ 산입법 최장 4년…특례법 땐 6개월
일반적으로 산단을 지정할 때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입법)'을 따른다.

하지만 지정·실시계획 수립에만 최대 4년이 소요된다.

지정계획안 수립 이후 ▲산업단지 지정 요청(전략환경영향평가·사전재해영향성검토) ▲관계 시·도 의견(주민공람·공청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개발계획 수립에 12~24개월이 걸린다. 이어 산업단지가 지정·고시된 이후에도 ▲실시계획 작성·신청 ▲관계 시·도 의견 ▲실시계획 승인·고시까지 추가로 12~24개월이 필요하며, 그 이후에야 착공이 가능하다.

반면 산단 적기 공급을 위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특례법)' 적용 시 투자의향서 제출부터 착공까지 최대 6개월로 단축된다.

투자의향서 제출 이후 사전타당성조사와 산단계획(안) 수립이 이뤄지고, 산단 승인 신청과 동시에 관계 시·도 의견·주민공청회·중앙행정기관 협의가 병행 추진된다.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가 계획을 승인하면 즉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이 대통령도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첨단 산업에서는 "누가 더 빠르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며 행정 절차 지연으로 투자가 늦어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용인 산단이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6년이 걸린 것도 빠른 것이 아니라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는 기존 결과를 원용하고, 순차 처리 대신 법이 허용하는 모든 절차를 병행 추진하라고도 주문했다.

특례법 적용에 정부와 지자체의 속도전 의지까지 맞물릴 경우, 착공 시기는 예상보다 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 나대지 오염 없어…선착공 가능
제도 절차와 별개로 선착공을 위한 물리적 부지 여건은 이미 갖춰진 상태다. 전체 착공은 군공항 기능이 이전해야 가능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나대지를 선양여한다면 먼저 공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군 공항 전체 248만 평 부지 가운데 탄약고 이전 예정지인 유휴부지(5구역) 79만3천338㎡(24만 평)를 당장 활용할 수 있다. 정지 작업이 이미 완료돼 있어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 이곳은 비행 안전 구역 라인에 따라 고도제한 45m가 적용된다. 타워크레인이 필요한 대형 건축공사는 제약이 따르지만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공사는 충분히 가능하다. 향후 유휴부지는 안전구역·잔여지를 포함해 59만 평까지 확대될 수 있다.

나머지 약 29만 평은 보상이 완료돼 소유권이 이전됐다.

현재 이주단지와 관련 민원으로 일부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된 상태다.

착공 지연 우려를 낳았던 토지 오염 문제도 선착공 구간에서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공항 이전 관계자는 "국방부가 2005년부터 매입한 땅으로 마을이 기존에 있던 곳"이라며 "토양 오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군사시설 내 저유탱크 인근 오염토 치환 작업도 거의 완공 단계에 있다. 다만 현재 군사시설로 운용 중인 탓에 지자체·민간환경단체가 직접 오염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광주 군 공항에는 서남권 영공을 담당하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미군 전시증원기지(COB·Contingency Operating Base)로 지정돼 있다는 점도 향후 변수로 꼽힌다. 군사작전 관련 정보는 지자체와 공유되지 않아 정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 전력 보강 불가피…계통 구성은 '안개 속'
군 공항 부지는 인근 154kV(15만4천 볼트) 송정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된 전력은 배전망을 통해 22만9천 볼트로 감압돼 사용되는 구조다. 다만 공항이 보안시설인 탓에 154kV 직접 공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으며, 만약 그렇다면 공항 내 전용 변전소를 두고 감압하는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팹 가동을 위해서는 지금과 차원이 다른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입주하는 광주 반도체 산단의 전력 수요는 가동 첫해인 2031년 1.57GW를 시작으로 2034년 6.28GW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2034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3.28GW, SK하이닉스와 협력사가 3.0GW를 각각 소화하는 구조다. 한전은 한빛원전 등 주요 발전원부터 산단까지 345kV 송전선로 43㎞를 신설하고 변전소 2곳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한다.

공급은 2단계로 나뉜다. 2031~2033년 신장성∼신광주 분기 구간을 먼저 개통해 4GW를 확보하고, 2033~2034년 신장성∼산단 직결 선로를 완공해 잔여 수요를 채운다. 이 인프라의 핵심인 신장성 변전소는 전남 장성군 일원에서 2027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전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인허가 기간 단축을 통해 당초 일정보다 최대 4년을 앞당겨 2031년 공급 개시를 목표로 잡았다.

다만 거시 계획과 별개로 개별 기업 단위 계통 구성은 아직 미지수다.

박준식 시 에너지산업과장은 "기업이 팹 2기의 전력망 구성 방식과 전력 사용 계획을 제시해야만 한전이 개략적인 설계를 할 수 있다"면서 "어느 계통, 어느 루트를 통해 보강해야 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용수 65만t 준비됐다…초순수 체계 별도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물은 단순한 공업용수가 아니다.

웨이퍼 세정·설비 관리에는 미세 불순물까지 완전히 제거한 초순수(Ultra Pure Water)가 투입돼야 하며, 이를 생산하려면 최고 수준의 수처리 기술력이 전제된다.

초순수 공급 인프라는 반도체 산단 조성과 함께 단계적으로 세워진다. 정부가 2030년을 목표로 핵심 기자재 기술 자립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리수 재활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광주 시내 두 곳의 하수처리장이 하루 72만t의 처리 용량을 갖추고 있어, 정제 과정을 거쳐 초순수 원수로 재투입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 초순수의 원료가 되는 일반 용수 기반도 탄탄하다.

전남광주가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섬진강유역본부와 광역 급수 현황을 점검한 결과, 현행 상수도망과 호남권 주요 댐의 여유 저수량만으로도 반도체 클러스터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광주에 하루 50만t, 전남 22개 시·군에 하루 129만t을 각각 공급 중이다. 여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가 확보 가능하다고 분석한 물량은 ▲동복댐 하루 30만t ▲주암댐·장흥댐 여유량 15만t ▲보성강댐 10만t ▲나주댐 10만t으로, 합산하면 하루 65만t에 이른다. 산단 본격 가동 시에도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규모다. 광주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복댐 높이를 높이는 증고 사업을 통해 하루 30만t의 저수 용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