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보다 더한 롤러코스피…“파티 끝나면 개미만 남는다” 경고
2000년 이후 12번 중 한달새 4번
작은 충격에도 亞증시 대비 출렁
단일종목 레버리지 모두 손실구간
외인 물량 받아낼 개인 실탄도 뚝
“원인 복합적, 뾰족한 대책 없어”
빅테크 투자축소땐 충격 불보듯

1년간 160% 이상 폭등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떠오른 한국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 탓에 ‘오징어 게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월가의 경고가 나왔다. 반도체 쏠림과 외국인 이탈, 개인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맞물리며 시장의 진폭을 키우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뾰족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1% 급락한 7656.31로 마감했다.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올해 여섯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000년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총 12차례로 이 중 절반인 6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출시된 5월 27일 이후 네 번이 발동돼 극도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아시아 증시가 대체로 약세를 보였지만 한국의 낙폭은 유독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는 각각 2.12%, 2.31% 내렸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26%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파르게 치솟은 한국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 레버리지 상품 급증으로 극단적인 변동성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 충격은 레버리지 상품을 타고 증폭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92%와 6.06% 하락하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은 일제히 12~13% 안팎 폭락했다. 이들 상품 가격은 상장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투자자 손실은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작은 악재에도 번번이 한국 증시만 휘청대는 것이 단순한 주가 조정을 넘어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 상위 두 반도체주가 지수 전체를 좌우하고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의 신용융자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자금이 메우면서 작은 충격도 시장 전체의 급등락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수급 구조도 위태롭다. 외국인은 13거래일 연속 41조 944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올해 들어 161조 5755억 원을 팔아치웠다. 6일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46.69%로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보유율도 50.17%로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 온 개인의 매수 여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4일 139조 6947억 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112조 2082억 원으로 한 달 새 27조 4865억 원 감소해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개인의 ‘빚투’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6일 37조 6600억 원으로 지난달 2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38조 6328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WSJ는 “이런 상황에서 정작 외국인투자가들은 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파티가 끝날 무렵이면 손실은 대부분 현지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시장의 과열과 변동성을 완화할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순자산 규모를 해외에 상장된 유사 상품과 비교할 경우 최상단에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변동성 확대의 주원인이라는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면 강한 대책의 필요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변동성 확대는 반도체 쏠림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미친 영향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이를 겨냥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직 코스피의 펀더멘털이 본격적으로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조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 매도지만 수요 부진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영향”이라며 “삼성전자 실적이나 반도체 수요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 매도를 업황 붕괴보다는 급등 이후 비중 조절로 해석했다.
반면 단순 차익 실현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느냐는 수준의 실적을 냈는데도 주가가 빠지고 있다”며 “시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마진 확대가 정점에 가까워진 것은 아닌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가 계속될 수 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눈은 이달 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실적에서 AI 설비투자 규모와 향후 가이던스가 확인돼야 반도체 주가를 둘러싼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어서다. 투자 지속성이 확인되면 반등할 수 있지만 설비투자(CAPEX)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주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신지민 기자 jim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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