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를 읽고

[한국독서교육신문 김은정기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떠 쉼 없이 출근길에 오르고, 쏟아지는 업무와 끊이지 않는 스마트폰 알림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우면 문득 원인 모를 허무함과 공허함이 밀려온다. '나는 오늘 무엇을 위해 그토록 바빴던 걸까?' 로마 제국 최고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사유를 담은 편역서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인들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말 당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시간 속에서 살아지고 있는가."
이 책은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으로 로마 제국에서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았던 세네카의 대화편 다섯 편에서 핵심 정수만을 선별해 55편의 짧은 글로 재구성한 책이다. 특히 100만 유튜버이자 자기계발 멘토인 '하와이 대저택'이 오늘날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편역하여, 고전이 가진 묵직함은 유지하되 가독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출간 직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네카가 활약했던 고대 로마 역시 오늘날과 다를 바 없이 권력 투쟁과 부의 축적, 끝없는 사치와 공허한 인간관계로 가득 찬 복잡한 사회였다. 그렇기에 2천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무색할 정도로, 책 속 구절구절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성공이라는 기준에 얽매여 '진짜 나의 시간'을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비춘다.
세네카 철학의 핵심은 '시간의 유한성'에 대한 처절한 자각이다. 우리는 대개 인생이 너무 짧다고 불평하지만, 세네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돈이나 재산 같은 물질적 자산에 대해서는 작은 손해도 아까워하며 철저히 계산하면서도,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고 유한한 자원인 '시간'은 타인에게 너무나도 쉽게 내어준다. 쓸데없는 걱정, 영혼 없는 사교모임, 미래를 위한답시고 현재를 저당 잡히는 끝없는 유예 속에서 우리의 '오늘'은 끊임없이 약탈당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분주함'의 덫에 대한 세네카의 경고다. 그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 "흰머리와 주름이 있다고 해서 오래 산 것이 아니다. 그저 오래 존재했을 뿐이다"라며 일침을 가한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르고 많은 부를 쌓았을지언정, 정작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가꿀 시간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삶이 아닌 영혼의 노예 상태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고 나이를 먹는 연대기적 흐름이 아니다. 순간순간을 알아차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과거의 후회 대신 매 순간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하는 것만이 진짜 삶을 사는 방법이다.
이 책은 독서교육적 관점에서도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타인이 정해놓은 트랙 위에서 1등만을 향해 무한 경쟁을 벌이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주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사색하고 성찰하지 않는 지식은 공허할 뿐이다. 교육 현장에서 이 책을 활용한다면, 독자들에게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일상을 점검하고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게 만드는 '실천적 독서'의 힘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오늘을 희생하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불행을 당연하게 견디는 삶은 결국 영원히 행복에 닿을 수 없다. 심리학적으로 미루는 습관은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과 같은 불편한 감정의 문제라고 한다. 세네카의 조언처럼 거창한 완성을 꿈꾸기보다 오늘 당장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하는 것, 그것이 오늘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가장 위대한 깨달음은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다." 매일같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번아웃을 겪고 있거나,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면 이 책을 펼쳐 들길 권한다. 2천 년 전의 현자가 건네는 단호하지만 따뜻한 처방전이, 오늘을 빼앗긴 당신의 손에 '자기 자신'이라는 가장 귀한 선물을 다시 쥐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