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에서 생물을 만드는 도전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6. 7. 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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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대 카타지나 아다말라 교수팀은 자체 게놈을 지니며 게놈 복제와 세포분열을 하는 합성세포인 스퍼드셀을 만들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발현 효율이 높은 변이형을 만들어 기존 스퍼드셀과 같이 두면 제한된 먹이(영양분)를 놓고 경쟁과 선택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를 묘사한 그림이다. 연구자들은 보충자료를 포함해 190쪽에 이르는 논문을 저명한 학술지 ‘셀’에 제출했지만 게재가 거절되자 논문 저장소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올려 공개했다. 미네소타대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도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가설의 영역이다. 물론 ‘알엔에이(RNA) 가설’ 등 꽤 설득력 있는 이론들이 나왔지만 40억년 전쯤 무생물 세상에서 어떻게 생명이 나왔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필자 역시 대학원 전공이 관련이 있어 관심을 가진 뒤 30여년 동안 생명의 기원을 나름 고민했지만 요즘은 ‘과학자들이 알아내지 못할 것 같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금 가진 정보로는 현생 생물의 공통조상까지는 꽤 정확히 추측할 수 있겠지만 무생물에서 막 생겨난 생명체의 모습은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몇몇 과학자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생명의 기원이라는, 과거 지구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하는 대신 자신들이 직접 무생물로부터 생물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만일 이게 성공한다면 생명의 기원을 어쨌든 재현한 셈일 뿐 아니라(세부 과정이나 실체는 다르겠지만) 과학사에서 불멸의 업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누구도 무생물에서 생물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의 한 연구진이 생명의 여러 특성을 지닌 합성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미네소타대의 합성생물학자 카타지나 아다말라 교수팀은 자체 게놈을 지니며 게놈 복제와 세포분열을 하는 합성세포를 만들어 ‘스퍼드셀’(Spudcell·감자세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자들은 지질막으로 이뤄진 공 모양의 구조물인 리포솜 안에 36개 유전자를 지닌 9만 염기쌍 크기의 게놈을 넣어 합성세포를 만들었다. 외부에서 영양분을 함유한 리포솜을 공급하면 합성세포 표면의 단백질이 이를 인식해 달라붙으며 둘이 융합한다. 이렇게 합성세포 안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이용해 게놈 복제와 유전자 전사·번역을 거쳐 단백질을 만들고 덩치가 커지면 세포막 표면 곡률의 저항으로 세포가 둘로 나뉜다. 연구자들은 5세대가 지난 뒤 합성세포의 게놈을 분석했는데 30%가 여전히 온전한 상태였다.

한편 유전자 발현 효율이 높게 변형한 게놈을 지닌 돌연변이 합성세포와 기존 합성세포를 함께 넣어주자 세대가 지날수록 변이 세포의 비율이 늘어났다. 특히 영양분 공급을 줄인 상태에서 차이가 빨리 벌어졌다. 이는 다윈 진화의 핵심인 경쟁과 선택이 합성세포에서도 적용된 셈이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합성세포 세계에서 이미) ‘지구촌 위기 동안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는 격언의 등장을 본 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저자들은 스퍼드셀을 만든 걸 갖고 무생물에서 생물을 창조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스퍼드셀은 유전자가 36개에 불과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생체분자 대부분을 외부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심지어 생명체에 필수인 리보솜(단백질을 합성하는 세포소기관)도 스스로 만들지 못해 바깥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스스로 만들면서 안정적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세포를 만들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무생물에서 생물을 만드는 여정에서 큰 진전임은 분명해 보인다.

인공지능 연구가 반세기 동안 지체됐다가 10년 전 알파고를 시작으로 세상을 바꿨듯이 생명의 기원(또는 무생물에서 생물을 만드는 시도) 연구 역시 어느 순간 돌파구가 열리며 답을 내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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