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위협인가…주연 자리 꿰찬 AI 배우, 영화계 논란 점화

양호연 2026. 7. 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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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노우드 Tilly Norwood. 인스타그램


인공지능(AI)이 글쓰기와 그림, 음악, 영상 제작을 넘어 이제는 배우의 영역까지 진출했다.

AI가 장편 영화의 주연을 맡는 사례가 등장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AI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7일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가 코미디 장편 영화 ‘미스얼라인드(Misaligned)’​의 주연으로 출연한다고 보도했다.

‘미스얼라인드’는 육체와 유년기를 갖지 않은 AI ‘틸리’가 악성 봇의 영향으로 욕망과 충동을 갖게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국 제작사 파티클6가 제작을 맡았고 배우 겸 프로듀서인 엘린 판데르 펠덴이 프로젝트를 이끈다.

작품이 주목받는 데는 영화 주인공이 AI인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역할 역시 AI 배우가 맡는다는 점이다. AI가 장편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영화 산업에선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틸리 노우드는 지난해 10월 스위스 취리히 영화제 부대행사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갈색 머리와 영국식 억양을 사용하는 AI 여배우라는 설정으로 소개됐으며 공개 직후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당시 성명을 통해 “틸리는 배우가 아니다”라며 AI 배우의 활동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AI 기술이 배우들의 연기를 학습해 일자리를 위협하고 공연 예술가들의 생계를 침해할 수 있으며 인간의 창작 활동과 예술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AI 배우가 인간 배우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캐릭터라는 입장이다. 엘린 판데르 펠덴은 “우리는 여전히 스칼릿 조핸슨과 라이언 레이놀즈 같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애니메이션에서 CG 캐릭터를 연출하는 것처럼 AI 배우 역시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은 이미 다양한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영화 산업에서도 시나리오 작성과 영상 제작, 시각효과(VFX) 등 여러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 AI 배우의 주연 데뷔는 AI가 콘텐츠 제작의 보조 도구를 넘어 하나의 등장인물로 활동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AI 배우의 활용이 확대될 경우 배우의 초상권과 저작권,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일자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는 지적이 나온다.

틸리 노우드 Tilly Norwood. 인스타그램


양호연 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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