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고기잡이 그물이 드론 잡는다… NATO도 채택한 폐어망 전술

2026. 7. 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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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라이온 2026 훈련 중 그물 터널을 통과하는 네덜란드군 전차 행렬. 네덜란드 국방부

최근에는 주민 신고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닷가에 가면 버려진 고기잡이용 그물, 즉 어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고기잡는 어망은 어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이지만, 수명이 다했을 때는 정말 심각한 골칫거리다. 어망은 비어업인들이 사용하는 몇천 원부터 몇만 원대의 작은 제품도 있지만, 어업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종류와 크기에 따라 수천만 원에 달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나일론 및 폴리에틸렌 소재 어망은 사용 환경에 따라 고작 3~4개월 정도 쓰고 버려야 할 때도 있고, 정말 열심히 관리해도 2~3년이면 찢김·부식 정도가 심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어망은 그냥 버릴 수도 없다. 국내 기준으로 전문 업체에 폐어망 처리를 맡기는 비용은 1톤당 30만~40만 원 선이다. 어민들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다. 우리가 해안에서 버려진 폐어망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처리 비용에 부담을 느낀 어민들이 불법 투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폐기되는 어망은 연간 4만~5만 톤 수준, 전 세계적으로는 120만 톤 이상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등 주요 선진국은 엄격한 환경 규제에 따라 대부분의 폐어망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만, 저개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무차별적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망은 이른바 ‘유령 어업’ 현상을 일으킨다. 버려진 폐어망에 물고기가 걸려 폐사하는 이 현상 때문에 전 세계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어업 생산량 감소라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이 폐어망이 주요 선진국 군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군대에서 고기라도 잡으려는 것일까?


"폐어망을 구하라"...각국 군대가 버려진 고기잡이용 그물에 주목하는 이유

지금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남쪽으로 약 60㎞ 떨어진 ‘베르겐-호네’ 훈련장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감독하에 네덜란드군 7,000여 명이 탈냉전 이후 최대 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정규군은 전체 병력이 약 4만4,000명이고, 이 중 지상군 전투부대는 2개 여단뿐인데 이번 훈련에는 그 2개 여단이 모두 동원됐다.

우크라이나군이 그물 터널을 설치한 도로를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텔레그램 캡처

‘파이터 라이온 2026’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폴란드 동쪽에 있는 ‘무리누스’라는 가상의 적국이 NATO를 전면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한 방어 훈련으로, 네덜란드군은 NATO 동맹군의 일원으로 전장까지 신속히 이동해 침공군을 저지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 중이다. 그런데 이 훈련이 진행되는 베르겐-호네 훈련장 일대에는 엄청난 양의 어망이 등장했다.

이 훈련장은 가장 가까운 해안에서 직선거리로 130㎞ 이상 떨어진 내륙 지역이다. 훈련장 주변에 작은 하천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훈련에 등장한 어망은 그 작은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데 쓰기에는 너무나 크고 양도 많았다. 네덜란드군 공병대는 그 어망을 하천이 아니라 도로에 깔기 시작했다. 공병들은 도로 양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10m 높이의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인장 와이어(tension cables)를 올린 뒤 그 위에 그물을 덮었다. 여러 지역에 짧게는 수 미터, 길게는 100m가 넘는 그물 터널이 만들어졌고, 그 터널 아래로 전차와 장갑차가 통과했다. 이 그물 터널의 용도는 ‘드론 방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 된 드론

2022년 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군사용으로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드론은 이제 지상군의 천적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았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저지한 것은 미국과 유럽이 제공한 ‘재블린’ 등 보병 휴대용 대전차 무기였지만, 이런 무기들의 재고는 곧 바닥났다. 러시아군은 전국 각지의 무기 보관소에서 소련 시절 만들었던 기갑 장비 수만 대를 재생해 전선에 들이미는 물량 공세를 펼쳤는데, 이를 막기에는 대전차 무기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우크라이나는 민수용 *1인칭(FPV) 드론을 구해 급조폭발물(IED)이나 박격포탄, RPG-7 대전차 로켓 탄두 등을 붙여 대전차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곧 이것이 엄청난 가성비를 가진 무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1인칭(First Person View) 드론
드론 앞부분에 장착된 1인칭 카메라로 촬영된 전방 상황 영상을 실시간 전송받아 화면을 보면서 드론의 움직임을 조작하는 방식의 드론이다. 무선 또는 광섬유를 이용한 유선 방식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하며, 전장에서는 관측 및 공격 용도로 사용한다.

미국산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1발에 15만~20만 달러가 넘었고 주문 후 납품받기까지 몇 달이 걸렸지만, FPV 드론은 온라인 상점에서 수백, 수천 달러면 살 수 있었고 배송도 1~2주면 충분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3D 프린터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터·비행 제어칩·배터리 등을 제외한 주요 부품들을 최일선 부대에서 직접 찍어내 쓰는 수준이 됐다. 전 세계 드론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부품 수급이 쉬워졌고, 가격은 내려가고 성능이 올라가는 등 드론의 성능 자체도 전쟁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일선 부대 창고에서 대량 생산되는 우크라이나군의 FPV 드론.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페이스북

FPV 드론은 처음에는 주로 최전선에서 전차나 장갑차를 공격하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제어 신호 통달 거리가 길어야 10㎞에 불과했고, 드론 탑재 카메라 해상도, 민첩성 등이 떨어져 달리는 전차나 장갑차를 정밀하게 타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전장에 대량의 지뢰를 살포한 뒤, 적 기갑차량이 지뢰를 건드려 움직임을 멈춘 후에야 FPV 드론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FPV 드론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드론용 배터리와 송·수신 장치의 성능이 향상되고, 곳곳에 중계기가 설치되면서 FPV 드론의 타격 가능 거리가 40~50㎞까지 늘어났다. 스타링크 위성통신장치를 붙여 100㎞ 이상 떨어진 표적을 공격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FPV 드론의 타격 거리 증가는 전투의 양상을 바꿔놓는 수준을 넘어서 전쟁의 전략적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 해도 지상군이 적진을 공격할 때 가장 중요한 화력지원 수단은 포병이었다. 포병이 다연장로켓과 곡사포로 적 방어진지를 제압한 뒤 기동부대가 투입되는 전투 수행 방식은 사실상 만국 공통 교리였다. 그런데 FPV 드론의 비행거리가 재래식 포병 사거리보다 길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으로 포병 공격하고 보급로 파괴

러시아 포병대는 기갑·기계화부대의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전선에 접근하는 족족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포병은 무기 특성상 화포나 차량을 정차시킨 뒤, 고정 상태에서 방열한 다음 사격한다. 포를 쏘는 동안은 움직일 수 없어서 드론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러시아 공격 부대는 포병 화력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을 향해 달려들고 있고, 그런 유형의 공격은 대부분 실패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26년 6월 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도네츠크 지역의 콘스탄티놉카다. 이 전투의 시작점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22년의 바흐무트 전투가 있다. 러시아에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용병 조직 바그너그룹의 군사 반란이라는 초유의 사건의 발단이 됐던 바흐무트 전투는 2023년 12월에야 끝났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무인기(드론)를 띄우고 있다. 바흐무트=AP 연합뉴스

바흐무트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에서 서쪽으로 약 7㎞ 떨어진 차솝야르를 다음 목표로 삼고 진격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차솝야르까지 7㎞를 전진하는 데 7개월을 쏟아부었고, 그 차솝야르에서 또 7㎞를 서진해 콘스탄티놉카까지 가는 데 1년이 걸렸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또 다른 격전지 포크롭스크에서도 러시아는 10만 명 이상의 대군을 투입하고도 인구 6만 명의 소도시를 점령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렸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러시아가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우크라이나군 FPV 드론에 의한 러시아군의 병력·장비 손실은 러시아가 공격 작전에 나섰을 때만 발생했다. 러시아군 수뇌부 입장에서는 방어선이 뚫리거나 후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병력·장비 손실 부담만 감수하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방어선이 뚫리고, 후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면 말이 달라진다. 4년 넘는 시간 동안 엄청난 병력과 자원을 쏟아부어 겨우 차지한 땅을 빼앗긴다는 것은 러시아에겐 단순한 패전이 아닌,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로 직결된다는 것이 러시아는 물론 서방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보급로 파괴돼 전선에서 밀려나고 있는 러시아

러시아군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600㎢를 빼앗겼다. 공격자 입장이었던 러시아가 이제는 방어자가 되어 밀려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러시아 국적자의 스타링크 사용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일선 지휘통제시스템이 무너진 탓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 전선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보급로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정설이다.

2022년 2월, 대규모 기갑부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파죽지세 진격하던 러시아군이 멈춘 것은 러시아군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난 보급선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해 가을부터 러시아가 수세로 돌아선 것도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유도 로켓 ‘GMLRS’를 쏘는 하이마스를 투입해 러시아군 전방 보급소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극심한 보급난에 빠졌던 탓이다.

우크라이나군의 그물 터널에 걸린 러시아 란셋 드론. X 캡처

과거 우크라이나군은 전방 보급소라는 고정 표적만 공격했지만, 지금은 그 보급소는 물론, 보급소를 오가는 이동 표적, 즉 차량까지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다. 지난 3~4월까지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평균 100~200대 정도의 러시아군 차량을 파괴했는데, 이 숫자는 5월부터 400~600대까지 늘어났다.

우크라이나군 FPV 드론은 전선에서 50㎞ 안쪽에 있는 보급 트럭을 주로 공격했지만, 5월부터는 전선에서 100㎞ 이상 떨어진 러시아군의 ‘물류 동맥’인 M14 고속도로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도로는 러시아 본토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까지 이어지는 핵심 교통로인데, 이 도로를 오가는 보급 차량이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일선 러시아 부대들, 특히 자포리자·헤르손 전선의 부대들은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관총과 산탄총으로 드론 막고 있지만 역부족

물론 러시아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보급 차량 여러 대를 묶어 호송대를 조직하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트럭을 행렬 앞·뒤에 세워 호위하고 있지만, 이는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내놓은 전시 행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드론이 날아올 때 그 방향으로 기관총을 난사하면 탄막이 형성돼 쉽게 격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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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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