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저승사자' 또 등판…삼전닉스 실적 고점 근접 경고

전범진 2026. 7. 7. 13:3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주식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 동력이 AI밸류체인 내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에 비해 둔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주의 실적 모멘텀이 정점을 지났고, 추가 조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간 기준)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이날 고객들에 발송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하이퍼스케일러를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주의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강력한 근거였던 실적 추정치 상향이 둔화되면서 메모리 업종 단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시장 주도주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AI밸류체인 랠리가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AI 수혜주 사이의 순환매가 펼쳐지고 있다며, 원자재 성격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반도체주의 주도주 지위는 알파벳(구글)과 아마존 등 AI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차지할 것이란 주장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반도체는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에 의존하는 산업인 만큼, 하이퍼스케일러가 투자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반도체 실적 기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며 "메타의 잉여 AI 컴퓨팅 용량 외부 판매 발표는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수급이 AI관련주에서 여타 업종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을 업종으론 소비재와 운송, 지역은행, 바이오가 지목됐다. 특히 바이오는 금리 하락과 M&A 확대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소비재는 재화 소비 회복과 실적 개선이 기대돼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진단이다.이러한 모건스탠리의 비관적인 메모리 반도체 전망은 과거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몇 차례의 '반도체 겨울론' 리포트들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 업황 전환기를 가장 먼저 경고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과거 이들의 예측과 시장의 반응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가 이른바 '반도체 저승사자'로 각인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21년 8월 발간한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보고서였다. 당시 코로나19 특수로 반도체 호황이 정점에 달해있던 시점이었으나, 모건스탠리는 PC 수요 둔화와 선제적인 공급 과잉을 예견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전격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직후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도래하며 이들의 예언이 적중하자, 시장 내 모건스탠리 리포트의 파급력은 절대적으로 커졌다.

유사한 충격은 3년 뒤인 2024년 9월에도 재현되었다. 추석 연휴 기간 모건스탠리는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Winter Always Laughs Last)'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던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하루아침에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4%나 깎았다. 연휴 직후 개장한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5조 원 넘게 증발하는 대폭락 장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과거의 이 두 차례 보고서는 발표 직후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 주가에 치명적인 급락을 불러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업황을 정확히 꿰뚫었던 2021년과 달리 2024년의 겨울론은 AI 메모리 수요의 견고함이 지속되면서 리포트 발간 1년 만에 모건스탠리가 스스로 "예측이 틀렸다"며 목표가를 복구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에 제기된 '반도체 모멘텀 피크아웃 및 하이퍼스케일러 선호' 권고 역시, 과거의 '겨울론'처럼 실제 업황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기적인 숨고르기 국면 속에서의 지나친 우려에 그칠지를 두고 국내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의 팽팽한 눈치싸움이 다시 한번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의 단기 주가 약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내년까지의 중장기 이익 전망과 AI 확산을 근거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