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네이버 합병 '가시밭길'…공정위 심사·디지털자산기본법 발목

박지웅 2026. 7. 7. 12: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두 번째 일정 연기…주식교환 연말로 미뤄져
민간은 수조원 투자하는데 제도는 제자리걸음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포괄적 주식교환이 또다시 연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지연이 맞물리면서 합병 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포괄적 주식교환이 또다시 3개월 연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마련도 장기간 표류하면서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기업 간 결합이 장기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재편은 물론 국내 가상자산 산업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두나무는 전날 정정공시를 통해 주주총회 예정일을 기존 8월 18일에서 11월 19일로, 주식교환·이전일을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각각 변경했다. 이에 따라 반대의사 표시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관련 절차도 함께 조정됐다.

이번 일정 변경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당초 양사는 상반기 내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5월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다시 연말로 일정을 미뤘다.

두나무는 이번 일정 조정이 거래 자체의 변경이 아닌 심사 절차를 고려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 전환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합의 취지를 관계당국에 성실히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절차다. 양사는 인공지능(AI)과 간편결제, 디지털자산을 결합한 미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정위 심사와 함께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합병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양사는 공시를 통해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과 금융당국 인허가뿐 아니라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제정 및 시행 내용에 따라 거래 일정과 구조, 최종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안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각종 선거 일정을 이유로 입법이 지연됐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현재까지도 정부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감독 체계 등 핵심 쟁점도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최근 출범한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에서도 입법 지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유동수 신임 정무위원장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우리가 가장 깊이 다뤄야 할 현안"이라고 밝혔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오랜 기간 논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면서 시장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과 관련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 정부안에 반영된 경위를 질의하며 김용범(사진)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역할을 언급했다. /국회=배정한 기자

정부안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놓고 정부 내부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에서는 일부 야당 의원들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과거 민간 가상자산 업계 활동 이력을 언급하며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정치권에서 제기한 문제 제기이며, 관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제도 정비가 늦어지는 사이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이미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시행 중이다. 일본과 홍콩도 디지털자산을 미래 금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권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최대주주에 올랐고, 하나금융그룹은 두나무 지분 약 1조원어치를 확보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20%를 인수했고,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간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와 인수합병, 신사업 추진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은 글로벌 경쟁을 대비해 대규모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더 늦어질수록 기업들의 투자 결정은 물론 국내 가상자산 산업 경쟁력도 해외 주요국과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 연기는 단순한 기업결합 일정 변경이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이 실제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hris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