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단 2명 남은 팔당호 어부… “자연이 주는 만큼 받다 보니 어느덧 38년”
6월 중순~첫눈까지 민물장어 조업 “수온 중요”
낮에는 4~5시간 연승 바늘 매고, 새벽 호수로
7시간 넘는 기다림 ‘자연이 허락한’ 2kg 수확
“쉽게 맛보기 어려운 귀한 보양식” 자부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팔당호의 새벽에는 바람 한 점 없다.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하얀 물안개가 스멀스멀 번져간다. 6일 새벽 5시,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팔당호의 아침은 고요했다. 새소리와 물결을 스치는 미세한 소리만이 적막을 채운다.
이곳은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인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 전기모터가 작동하자 배가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속도는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걷는 정도에 불과하다. 환경 보호를 위해 내연기관 대신 허가된 전기모터만 사용이 가능하다.
배는 1시간 30분 넘게 수면 위를 따라 이동했다. 어부 임춘일(63)씨가 온도계를 확인한다.
“21도네. 딱 좋습니다.”
그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배 위에 엮어 둔 수많은 낚싯바늘, 이른바 ‘주낙’을 꺼내 물속으로 하나씩 내리기 시작한다.

장어잡이는 철저히 자연의 조건에 좌우된다. 임씨는 특히 ‘수온’이 장어 조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한다. 그는 “봄철에는 밤과 아침 기온이 최소 20도는 넘어야 장어가 움직인다.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부터 배를 띄우지만, 그 시기에는 수온이 15도 안팎에 머물러 허탕을 치는 날이 많다. 그래서 본격적인 조업은 6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된다. 반면 가을에는 바깥 기온이 내려가도 수온이 비교적 따뜻하게 유지돼 첫눈이 내릴 때까지도 조업이 가능하다.
이날 임씨가 선택한 미끼는 미꾸라지다. 장어를 잡기 위해서는 미꾸라지, 새우, 지렁이 중 상황에 맞는 미끼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반응이 없으면 즉시 미끼를 바꿔가며 입질을 유도한다. 조업은 꼬박 7시간 넘게 이어졌다.

임씨가 건져 올린 자연산 민물장어는 총 2㎏. 요즘은 장어가 워낙 귀해 잘 안 잡힌다고 한다. 평소에는 하루 7~8㎏ 정도를 잡고 많아야 10㎏ 안팎이다. 어떤 날은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20대부터 장어잡이를 시작한 임씨는 강산이 네 번 가까이 바뀐 38년 동안 팔당호를 지켜왔다. 현재 팔당호에서 정식 어업권을 가지고 장어를 잡는 어부는 임씨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그는 “4~5년 전만 해도 혼자서는 절대 못 했다. 그 넓은 팔당호를 노를 저어 이동하면서 주낙을 놓아야 해 배를 젓는 사람과 주낙을 던지는 사람이 따로 필요했다. 다행히 전기모터 사용이 허가되면서 이제야 겨우 혼자 작업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낮에는 다음 조업을 위해 4~5시간씩 앉아 연승 바늘을 매고, 밤이나 새벽이면 어김없이 차가운 호수로 나선다. 일년 중 장어가 잡히는 7개월 동안은 삶 전체가 장어 조업에 맞춰 돌아간다.
임씨는 팔당호 자연산 장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는 “바다와 연결된 강에서 잡히는 장어는 육질이 질기고 쫀득한 편이다. 하지만 팔당호 자연산 민물장어는 다르다.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담백하다. 개체 수가 적어 돈이 있어도 일반 식당에서는 쉽게 맛보기 어려운 귀한 보양식이다”고 귀띔했다.
아침 햇살이 팔당호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 임씨의 배가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임씨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스치지만 곧 미소가 번진다. 자연이 주는 만큼 받아들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다. 38년의 세월, 팔당호는 그에게 가장 정직한 훈장을 안겨줬다.
남양주/이종우 기자 lj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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