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르포] 얼갈이배추·오이 경락값 5년만에 최저…“안전장치 시급”

오현식 기자 2026. 7.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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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가격 침체 장기화 현장
이례적 값 폭락 장기화 고통속
농가자금 경색…영농기반 흔들
“최저가격보장제 등 대책마련을”
경기 양주에서 애호박을 생산하는 이상대씨가 순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어제(2일) 오이 한상자(특품·50개들이) 경락가격이 5200원 나왔어요. 농사를 13년째 지어왔지만 올해처럼 가격이 낮았던 적은 없습니다.”

경기 양주에서 시설하우스 7603㎡(2300평) 규모로 오이와 애호박을 생산하는 신동근씨(40)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격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소비가 늘어 경락가격도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어 실망이 크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양주를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 주요 소득작물인 오이·애호박 등 과채류 가격이 올해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농가들이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열무와 얼갈이배추 가격도 최근 5년 사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농민들은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 몇달째 이어지는 데다 농자재값까지 급등하면서 영농을 포기하는 농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씨도 올해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조수입이 크게 줄어든 데다 영농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농자재를 외상으로 구입했다”며 “농과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농사를 시작해 해마다 시설하우스 규모를 늘려가는 재미가 있었지만 올해는 농업에 회의감마저 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30여년째 시설하우스에서 애호박과 오이를 재배하는 이상대씨(56·양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올해 외국인 계절노동자 숙소를 신축하는 등 투자를 많이 했지만 임금조차 제때 주기 빠듯한 상황”이라며 “인건비와 농자재값은 모두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만 오히려 떨어졌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로 서울 가락시장의 6월 ‘백다다기’ 오이 상품(50개들이) 평균 경락가격은 1만1703원으로 최근 5년 가운데 제일 낮았다. 애호박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건목 양주 은현농협 경제상무는 “오이와 애호박 경락가격이 출하 초기인 5월부터 낮게 형성돼 장기간 이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오이는 한상자(50개들이)에 1만5000원 이상은 받아야 농사지어 남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또 다른 주요 소득작물인 열무와 얼갈이배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주에서 열무와 얼갈이배추 등을 생산하는 이형근씨(67)는 “40년 가까이 시설채소를 생산하면서 올해같이 가격이 낮은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얼갈이배추의 서울 가락시장 6월 평균 경락가격(상품 4㎏)은 올해 4104원으로 지난해(5902원)보다 30% 떨어져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열무(상품 1.5㎏)도 올해 1572원으로 지난해(1866원)보다 16% 하락해 최근 5년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민들은 “올봄부터 지금까지 출하해봤자 수수료와 운반비 등을 떼고 나면 통장에 입금되는 돈이 거의 없다”며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런 시세가 계속되면 영농을 포기하거나 파산하는 농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농민은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언론과 정부가 물가상승을 우려해 호들갑을 떨면서 정작 가격 폭락으로 농가가 어려울 때는 외면한다”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생산비의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도록 최저가격보장제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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