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인사이트] 풍요 속 빈곤 교량 기술기업들

권혁용 2026. 7. 7.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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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속도로 건설 역대급 발주…거더ㆍ데크 시공까지 3∼4년 기다려야

올해 고속도로 건설 역대급 발주…거더ㆍ데크 시공까지 3∼4년 기다려야

작년까지 발주 부진이 현재 경영에 영향

“곳간에 곡식 쌓여있어도 먹을 수 없어”

[대한경제=권혁용 기자]기술기업에 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최고의 발주원이다. 수십킬로미터를 잇는 선형의 현장에 다양한 신기술과 특허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철도 건설공사도 선형공사이긴 하지만 고속도로와 비교하면 신기술과 특허를 품는 데 제한적이다. 고속도로에 비해 폭이 좁아서다. 교량 물량으로 따지면 신기술과 특허의 적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입찰공고 물량으로 보면 역대급이다. 상반기에만 계양-강화간 6개 공구를 비롯해 제천-영월간 5개 공구, 함양-울산선 지선 3개 공구 등 14개 공구가 발주됐다. 여기에 고속도로급 국도인 제2경춘 5개 공구도 입찰공고됐다.

하반기에도 고속도로 건설공사 발주는 이어진다. 한국도로공사 발주계획을 보면 하반기 중 세종-청주간 4개공구, 울산외곽순환 3개 공구, 칠원-창원간 확장 2개 공구, 영동선 서창-안산간 확장 1개 공구 등 10개 공구 발주가 예정돼 있다.

발주는 곧 착공을 의미한다. 기술기업들은 1∼2년전, 또는 3∼4년전 특정공법심의를 통해 수주해 놓은 물량을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다.

고속도로 건설공사에서 신기술과 특허의 주요 부분은 교량의 거더와 데크가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 분야 기술기업들의 분위기가 잔치집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닥쳐올 춘궁기에 허리띠를 졸라맬 걱정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공사의 착공과 교량의 거더와 데크의 시공과는 상당한 기간차가 존재한다. 말뚝이 올라가야 거더가 놓여지고 데크가 씌여지기 때문이다. 올해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시작되더라도 거더와 데크 시공까지는 3∼4년 기다려야 한다.

거더와 데크 기술기업들의 문제는 당장의 시공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주해 놓은 물량은 많은데, 지금 시공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는 얘기다.

최근 몇년간의 고속도로 건설공사 발주물량을 짚어 보면 이해가 간다.

한국도로공사 전자조달시스템의 입찰결과를 보면 지난 2020년과 2022년 고속도로 건설공사 발주가 단 1건도 없었다. 공사발주는 고속도로 리모델링과 시설개량이 주를 이뤘다.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발주된 것은 지난 2021년 5건, 2023년 8건, 2024년 1건, 2025년 3건 등이다.

지난 2021년 아산-청주선 인주-염치간 2개 공구, 영동선 안산-북수원 확장 2개공구와 서창-안산 1개 공구 등이 나왔고 지난 2023년 동광주-광산간 확장 3개 공구와 서산-영덕선 대산-당진간 5개 공구가 발주됐다.

지난 2024년에는 계양-강화간 1개 공구만 입찰공고됐고 지난해에는 부산신항-김해간 3개 공구가 나왔다.

고속도로 건설공사 발주가 최근 몇년간 뜸하다가 올해 집중되는 모양새다.

도로공사는 사업일정의 조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올 하반기 발주가 예정된 세종-청주간, 울산외곽순환 등은 지난해 발주계획에도 포함됐던 물량이다.

한 교량분야 기술기업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극심한 어려움이 예상돼 긴축경영을 고민하고 있다”며 “곳간에 곡식이 쌓여있는데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용 기자 hy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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