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서식품과 커피믹스

정연정 우석대 초빙교수 2026. 7. 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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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정연정 우석대 초빙교수

6.26동란 이후 1960년대 대한민국은 몹시도 가난했다.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의장은 경제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한다.

 계획기간중 경제성장에 필요한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커피, 화장품, 담배 등 사치성 외제 기호품의 수입 조차 철저히 통제한다.

 동서식품 창립 이전 다방에서 마시던 대부분의 커피는 주로 미군부대 PX를 통해 유출된 커피였다. 이렇게 전량 수입에 의존한 커피를 사느라 도깨비시장으로 흘러드는 외화가 만만치 않았다.

 정부는 1961년 특정외래품판매금지법을 만들어 커피를 밀수품 단속대상으로 묶어두는 한편,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수입대체산업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한다.

 1968년 5월, 제일제당(CJ) 출신의 신용신 창업주가 미국의 제너럴 푸드(General Foods)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동서식품을 설립한다.

회사명 동서(東西)에는 "서양의 선진 식품인 커피를 가져와 동양, 특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화시키겠다"는 창립자의 설립 목적과 의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1970년 동서식품 인천 부평공장에서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커피인 고온분무건조 방식의 '맥스웰하우스'를 시판한다.

 처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 들어온 다방커피의 부드럽고 달달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커피 애호가들 조차 정통 인스턴트 커피의 쌉싸름한 맛에 익숙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동서식품은 숭늉의 구수한 맛과 설탕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 위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76년 커피, 프림, 설탕을 절묘한 비율로 섞은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를 탄생시킨다.

 믹스탄생의 결정적 역할은 프리마였다. 이미 커피문화가 발달한 서구에서는 커피의 쓴맛을 없애려 우유나 생크림을 넣어 마셨지만, 1970년대 한국은 냉장고 보급도 낮았고 신선한 우유 자체가 매우 귀한 사치품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다방에서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농축연유나 값비싼 수입산 크리머를 사용했다. 심지어 부드러운 맛을 위해 커피에 날계란 노른자를 띄워주는 '모닝커피'가 등장하기도 했다.

 여전히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뜨거운 커피에 곧 바로 녹아 부드러운 맛을 내는 대체품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1974년 동서식품은 식물성 야자유와 팜유에 물엿과 유화제를 섞어 미세한 입자 형태로 고속 건조한 한국형 식물성 크리머 '프리마(Frima)'를 출시한다. 이후 프림이란 신조어도 나타난다.

 프리마의 보급으로 이른바 '다방커피'의 전설적인 황금 비율, 커피:프림:설탕을 각각 2:2:2로 배합한 '둘둘둘 레시피'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속도를 중시하는 빨리빨리 문화도 커피믹스라는 독창적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한다.

 커피믹스가 등장한 이듬해인 1977년에는 롯데산업이 일본 샤프사로부터 커피 자판기 400여 대를 수입하여 공공장소에 배치한다.

 이후 자판기 커피는 1990년대 후반까지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있어 단순한 기계음료가 아닌 '100원 짜리 휴식처이자 또 다른 낭만'의 상징이 된다.

 그 사이 1980년에는 동결건조 공법 도입으로 원두 향의 보존력을 극대화한 '맥심(Maxim)'을 출시하였고, 이후 맥심은 동서식품의 상징적인 주력 브랜드가 된다. 맥심은 라틴어 Maximus에서 유래했다.

 이후 맥심은 1989년 맥심 모카골드, 2011년에는 에스프레소 시장 확산에 맞서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KANU)'를 시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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