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맘대로 못한다…모회사의 주주 동의 의무화

김상범 기자 2026. 7. 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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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물적분할 상장 ‘제2 LG엔솔’ 차단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충실’ 강화
지배주주 의결권 3%까지만 인정
‘소수주주 다수결’보다 미흡 지적
일률 규제, 자본시장 위축 우려도

이르면 이달 말부터 회사의 사업을 떼어내 별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하려 할 때는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동의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된다. 그동안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반복된 일반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중복상장 문턱을 대폭 높인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자회사 상장에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도 상장시키는 행위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허용되며 이를 만족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핵심 기준은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 여부다. 특히 회사를 쪼개 자회사를 만들어 상장(물적분할)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2022년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회사의 핵심 사업이 분리되는데도 주주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문제를 겨냥한 조치다.

물적분할이 아니라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원래 없던 사업을 신설해 상장시키는 등 일반적인 자회사 상장은 주주 동의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회사의 10% 미만으로 비중이 낮은 자회사는 주주 동의 절차에서 예외로 뒀다.

주주 동의 방식은 ‘3%룰’이 채택됐다. 지분을 3% 넘게 보유했더라도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하고, 참석한 주주 중 절반 이상, 그리고 전체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방식이다. 지배주주의 입김을 줄이려는 취지다.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도 강화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자회사 상장 시 “독립 법인이 결정하는 사안에 모회사 이사회가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정작 자기 회사 주주들의 이익 보호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이드라인에는 모회사 이사회가 지켜야 할 ‘5대 주주충실 의무’가 담겼다. ①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평가 ②주주 보호 방안 마련 ③주주와의 소통·동의 ④찬반 결의 ⑤그 내용의 공시 등이다. 이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자회사의 상장심사 통과가 어려워진다. 이사회 의무 위반 시에는 제재금 최대 10억원과 매매거래정지 1일이 부과되고, 공시 의무를 어기면 벌점이 누적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거래소는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 사업체인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자회사의 주요 제품·서비스·매출처 등이 모회사와 얼마나 겹치는지, 연구·개발 및 판매 확대 등을 스스로 해낼 역량이 있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모회사와 사실상 하는 일이 같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채택된 ‘3%룰’ 등은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이드라인 논의 과정에서는 지배주주를 아예 배제하고 나머지 주주끼리 과반 동의를 얻는 ‘소수주주 다수결(MoM)’ 방식도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가이드라인을 두고 “매우 실망스럽다”며 “3%룰은 복잡하고 지배주주의 가장매매 등 우회 방법도 많기 때문에 일반 주주의 실질적 평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소수주주 다수결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중복상장은 잘못됐다’는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절차상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허 일변도로 가거나 기업들이 알아서 상장을 철회하기도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래전 투자해서 회생시킨 자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화하고 재투자해야 자본이 순환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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