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어쩌나' 뜻밖의 상황 터졌다… 공무원들 '술렁'
취업제한 기업 2만6천여개
심사 탈락률 1년 새 5배로

올해 들어 정부의 재취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퇴직 공무원 비율이 급등했다. 인사혁신처 심사 기준이 강화된 데다 이재명 정부 들어 관료보다 내부 인사나 민간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이다.
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6월 재취업을 신청한 공직자 263명 중 65명(24.7%)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비율이 5.3%이던 지난해 2분기 대비 다섯 배가량으로 높아졌다.
공무원 재취업 탈락 비율은 1분기만 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4.7%였으나 4월 33.8%로 급등했다. 5월(25.8%)과 6월(16.1%)에 다소 하락했으나 예년의 세 배를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탈락자 대부분은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재취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 후 3년간 취업 제한 대상 기관에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와 취업 신청 기관 간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취업이 금지된다. 업무 관련성이 있어도 공익성이나 전문성 등을 인정받으면 예외적으로 취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예외 인정 사례는 줄고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이 늘면서 관료 이직이 어려워지고 있다. 공직자 취업 제한 기관은 2020년 1만7292곳에서 올해 2만6285곳으로 6년 만에 52% 증가했다.

단독 추천 후보도 심사 탈락…높아지는 공무원 재취업 문턱
'자리 대물림' 막으려 심사 강화…업무 관련성 기준 더 엄격해져
공직자 재취업 심사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처우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직까지 어려워지면서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엄격한 업무 관련성 잣대를 적용하자 공무원 사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사 적체에 빠진 공직 사회의 사기를 북돋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와 관료끼리 요직을 나눠 먹는 ‘자리 대물림’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재취업 심사 탈락자 급증
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재취업을 신청한 퇴직 공무원 564명 중 79명(14%)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504명 중 40명이 탈락한 지난해 상반기(7.9%)보다 탈락 비율이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2분기로 한정하면 격세지감의 정도는 더 크다. 지난해 2분기 재취업 심사에서 떨어진 공무원 비율은 5.3%인 데 비해 올 2분기에는 24.7%로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퇴직한 김미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사례부터 재취업 심사의 변화가 예고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 전 부원장은 한국신용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재취업 심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원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인사가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에서 떨어진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정기관 출신도 무더기로 취업이 제한됐다. 감사원 고위공무원 출신 이사는 두나무 실장 재취업을 신청했다가 취업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2023년과 지난해 퇴직한 경찰청 치안감 2명은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재취업이 불허됐다. 지난해 퇴직한 경찰청 총경 출신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취업과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의 김앤장 고문 취업 모두 승인받지 못했다. 올해 1월 퇴직한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의 삼성물산 고문 취업도 불발됐다.
◇“전문성 사장” vs “낙하산 방지”
관가에선 공직자윤리위가 올해 4월 ‘대물림 재취업’ 방지 기준을 도입한 것이 변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부처나 기관 출신 공직자가 동일 기관이나 기업에 직전 3회 가운데 2회 이상 재취업한 경우 집중 심사 대상으로 분류하는 게 골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법령과 지침이 개정된 건 아니지만, 공직자윤리위에서 사회적 기대치와 공익적 가치 등을 고려해 심사 기준을 강화하기도 한다”며 “대물림 재취업 방지 기준을 종합적 판단 기준 중 하나로 포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위는 혁신처장 등 정부 위원 4명이 들어가지만 민간 인사가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더 많다. 민간 위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지만 상당수가 이재명 정부 들어 임명된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기업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4월 쿠팡 임원으로 옮기려던 금감원 3·4급 직원이 잇달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기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 취임 1년 전후로 산하기관장 교체가 많아지면서 재취업 신청자가 늘어났다. 심사 대상이 많아진 만큼 심사 탈락자와 그 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가에서는 공직자 재취업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관료 출신의 전문성과 경험이 사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능력보다 출신 성분을 중시하는 관료 출신이 산하기관장을 독식하는 관행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취업 심사 기준을 높이기보다는 전관예우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취업제한 규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김익환 기자 ksoohyu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형 입양하려고요' 2030 줄섰다…급기야 매출 4조 '초대박'
- 40만원 간다더니 반토막 났다…LG전자 개미들 '피눈물' [종목+]
- 백화점서 '1억' 쓰고 떠났다…한국 찾은 외국인 VIP 정체
- '한 끼 20만원' 뭐가 다르길래…호텔 뷔페 갔다가 깜짝 놀랐다 [트렌드+]
- "중국에 반도체 장비 유출"…美 의심에 발칵 뒤집힌 나라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CIS, 첨단 정밀 장비로 日 배터리 업체도 홀렸다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