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투자…기후 대응 실효성 도마

이지연 기자 2026. 7.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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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ESG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실제 투자와 기업 관여에서는 기후위험 대응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구성과 큰 차이가 없고, 기후 관련 기업 관여도 오히려 줄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사진 Envato)/뉴스펭귄

기후위기는 금융기관에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은행 및 보험사 손실이 최대 약 45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역시 이러한 우려를 꾸준히 받아 왔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앞으로 규제 강화나 소송, 좌초자산 위험 등을 맞으면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해당 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기후위험을 투자 위험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다. 투자 기업에 탄소 감축이나 전환 계획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활동에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이를 위해 책임투자원칙과 수탁자책임활동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수탁자책임활동은 국민연금이 국민 돈을 맡아 굴리는 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투자 결정을 내리고, 필요하면 기업과 대화하거나 주주권을 행사해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기후위험 대응 등이 투자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식 100% ESG 투자?…실제로는 '글쎄'

기후솔루션은 6일 발간한 보고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 이행 현황 및 기후 스튜어드십코드를 위한 제언'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수탁자책임활동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위험 대응은 미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ESG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를 책임투자로 부르고, 매년 자산군별 책임투자 적용 규모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 국내외 주식은 사실상 100% 책임투자를 적용한다고 분류하고 있으며, 국내채권 약 28.6%, 해외채권 약 56.2%가 책임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 기후솔루션 보고서)/뉴스펭귄

국민연금이 매년 발표하는 수탁자책임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은 사실상 100% 책임투자를 적용한다고 분류하고 있다. 채권의 경우 국내채권 약 28.6%, 해외채권 약 56.2%가 책임투자를 고려하는 운용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러한 수치와 실제 책임투자 이행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방식이 꼽혔다. 현재 국민연금 책임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ESG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ESG 통합전략' 중심으로 운영된다.

국민연금은 연 2회 기업의 ESG 지표를 평가하고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항목별 가중치를 적용한다. 여기에 ESG 관련 논란 사항 평가 등을 더해 등급과 점수를 산출하고, 이후 펀드매니저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해당 결과를 고려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실제 투자 대상을 바꾸거나 기업의 기후 대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수준까지는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기후위험이 큰 기업 투자를 줄이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상위 20개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구성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투자정책팀장은 "일반적인 주식 투자는 코스피 등 벤치마크(BM)를 따라가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지만,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라면 그 비중에서 다른 특징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상위 종목은 수년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크게 다르지 않아, ESG를 고려하지 않은 투자와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SG 평가의 변별력도 한계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주식 ESG 평가 결과 전체 973개사 가운데 최하위인 D등급은 5개사(0.5%)에 불과했다. 

장 팀장은 "기후나 환경 등 ESG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 기업이라면 평가뿐 아니라 주주로서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기업과의 대화,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지금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험 중점관리 맞나?"…기업 관여 줄어

보고서는 책임투자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투자 이후 기업 변화를 요구하는 관여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여활동은 투자자가 주주로서 기업과 대화하며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을 통해 중점관리사안을 정하고 투자 기업과 대화하는 관여활동을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중점관리사안 및 예상밖우려 사안으로 총 128개 기업과 대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5년간('21~'25) 중점관리사안 및 예상밖우려 사안에 대한 기업당 평균 대화 횟수는 1.88회에 그쳤다.

특히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가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관련 활동은 확대되지 않고, 오히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민연금의 기후위험 관련 대화 대상 기업은 2024년 29개사에서 2025년 13개사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화 수행 건수 역시 32회에서 20회로 줄었다.
국민연금이 기후위험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회사수는 2024년 29개사에서 2025년 13개사로 줄었다. (사진 기후솔루션 보고서)/뉴스펭귄
국민연금이 기후위험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수행 건수는 2024년 32회에서 2025년 20회로 줄었다. (사진 기후솔루션 보고서)/뉴스펭귄

보고서는 단순히 횟수만으로 관여활동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기후 전략과 전환 계획을 점검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중점관리사안에 대해 적극적 주주활동까지 나아가려면 대상 기업과 통상 약 2년간 비공개 대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공개 대화 자체는 기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개 관여나 주주제안 등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공개 관여활동 대상이 된 기업은 8개, 주주제안까지 이어진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기후위험을 이유로 공개 관여활동이나 주주제안을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관여활동은 여전히 비공개 대화 중심의 낮은 강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234조 규모 대체투자…기후 대응은 사각지대

책임투자 적용 범위도 문제로 꼽혔다. 국민연금 운용자산은 크게 주식, 채권, 대체투자로 나뉜다. 이 가운데 대체투자는 주로 사모투자, 부동산, 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규모는 2026년 2월 말 기준 약 234조4000억원으로 전체 기금자산의 14.6%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행 국민연금법과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상 책임투자 적용 대상은 사실상 주식과 채권 중심이다. 이에 대체투자는 책임투자 체계에서 벗어나 있으며, 투자 대상 사업 유형이나 기후위험 관련 정보 공개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발전, 자원·에너지, 수송 등 인프라 투자는 탄소배출 및 에너지 전환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만큼 기후위험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 팀장은 "주식은 상황에 따라 바로 사고팔 수 있지만, 채권은 한번 투자하면 만기까지 수년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전 기후위험을 더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투자에는 발전·에너지 인프라가 포함되는데도 현재는 관련 기준이나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은 채권과 대체투자 영역에서도 기후위험을 고려한 투자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기관(NBIM)은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을 주식과 채권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2021년 화석연료 생산기업 투자 철회를 결정하고, 2023년 약 150억유로 규모의 관련 자산을 전량 매각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채권 부문에서 별도 투자배제 전략이 사실상 없고, 탈석탄 기준 역시 석탄 관련 매출 비중 50% 이상으로 국제 기준보다 완화적이다.

해외 연기금은 기후 대응 강화..."자산별 전략 필요"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기후 스튜어드십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 유형별 책임투자 전략 적용 △관여활동 실행력 강화 △기후정보 공시 및 수탁자책임활동 보고 강화 △거버넌스 개선 및 수책위 권한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 고탄소 기업의 전환 계획 수립과 이행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강화하고, 채권과 대체투자에는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에 대한 투자배제 전략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현재 단계별로 진행되는 관여활동 기간을 최장 6개월로 줄이고,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수책위가 곧바로 공개 관여활동이나 주주제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침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운용자산의 기후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수탁자책임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의 권한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팀장은 "해외 주요 연기금은 기후위험을 단순히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별도 기후행동계획을 세워 기업에 배출량 공개와 전환계획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분야에 투자하는 등 기후위험 대응을 위한 자본 배분 전략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기관 NBIM은 기후행동계획을 통해 투자기업의 2050년 넷제로 전환을 유도하고, 기업에 스코프 1·2 및 주요 스코프 3 배출량 감축 목표와 전환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운용자산의 최대 2%까지 비상장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2025년 말 기준 약 910억 크로네(약 97억 달러)를 해당 분야에 투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2030년까지 기후위험 축소, 적응 및 에너지 전환 분야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뉴스펭귄>은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방식과 기후 관련 관여활동 감소, 대체투자 영역의 책임투자 확대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6일 오후 5시 40분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