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은 살리고 건물용은 제외”…연료전지업계, 형평성 문제 제기
“공공건물 의무화 복원해야”…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 제기
제조·부품·시공·학계 집결…3년 유예기간 보장 등 4대 요구
[수소신문] "건물용 연료전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체계 개편에 반발한 건물용 연료전지 업계가 6일 국회 앞에 집결했다.

청정수소용품협의회 건물용 연료전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제조사와 부품업체, 시공·유지보수 기업, 학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고된 '2026년 재생에너지 보급(건물지원) 사업', '2027년 재생에너지 보급(융복합지원) 사업 수요조사', '2026년 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에서 건물용 연료전지는 모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는 금융지원이 막히고 공공 발주 설계에서도 배제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시장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수소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은 오는 9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22일까지 입법예고 의견을 받고 있다.
업계는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건물용 연료전지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과 공공건물 의무화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달영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조발언에서 "현재 150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이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제조업체뿐 아니라 소재·부품 협력업체까지 영향을 받아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어려움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법과 수소법을 분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정책을 집행할 기관과 세부 제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전용 연료전지와 수소차는 정책 지원이 유지되는 반면 건물용 연료전지만 공공건물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만큼 산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회에서는 제조사를 비롯해 부품 공급업체와 시공·유지보수 업체, 학계까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기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스택과 개질기, BOP(Balance of Plant) 등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 대표는 "건물용 연료전지는 완제품 제조사 몇 곳만의 사업이 아니라 수십 개 중소·중견기업의 생계가 걸린 산업"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투입해 구축한 인증·시험센터가 하루아침에 매몰 비용으로 전락할 처지"라고 우려했다.

유지보수 업계에서는 가동률 저하와 도시가스 요금 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지보수 업체 대표는 "전기요금보다 가스요금이 더 비싸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요금 역전' 현상으로 전국 설비 가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도심 전력 수요 증가와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고 비상전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연구 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KAIST 등에서 수소·연료전지 분야를 연구하는 1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년간 25억 원 이상이 투입돼 올해 종료를 앞둔 '건물용 연료전지 인력양성사업'을 통해 양성된 전문인력과 교육체계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 말미 정부와 국회를 향한 4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수소법상 건물용 연료전지의 공공건물 설치 의무화를 복원하고 시행 주관 기관을 명시하는 한편 최소 3년의 유예기간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오는 9월 18일 시행 예정인 수소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건물용 연료전지의 신재생에너지 지위 삭제를 철회하고 충분한 경과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평가체계와 녹색건축물 관련 제도에서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불이익을 해소하고, 도시가스 전용 요금제 개편과 비상전원 기능 인정 등을 통해 설비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건물용 연료전지 산업은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 시공, 유지보수, 연구개발, 인력양성까지 연결된 산업 생태계"라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