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美 생산거점 품었다…정래승 'M&A 안목' 시험대
미국 화장품 매출 급증, 아시아 추월하며 성장세 뚜렷
경쟁 치열한 스킨부스터 시장…주도권 선점이 과제

파마리서치가 미국 화장품 제조사 'CG USA(Cosmetic Group USA)' 인수를 신호탄으로 뷰티 브랜드 '리쥬란 코스메틱'의 북미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부터 품질관리, 물류 체계까지 아우르는 '직접 대응'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화장품 OEM·ODM 전문 기업 CG USA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CG USA는 약 20만 제곱피트 규모 생산시설을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 일반의약품(OTC)·자외선 차단제(SPF) 제조 시설, 13개 조립 라인 등을 보유한 강소기업이다. 양사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비공개에 부쳐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의 핵심을 단순한 해외 법인 설립이 아닌 '북미 현지화 밸류체인 완성'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앰플과 크림 등 주력 제품의 안정적인 현지 공급은 물론, 미국 규제에 맞춘 선스크린(자외선 차단제) 등 신규 라인업 확장의 교두보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선스크린은 OTC 의약품으로 분류돼 엄격한 라벨링과 효능 시험 요건을 거쳐야 하지만, CG USA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별도의 신약 승인 절차 없이 빠르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파마리서치가 현지 생산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북미 유통 채널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올해 3월 미국 세포라(Sephora) 약 380개 매장에 입점한 데 이어, 향후 550곳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며 코스트코(Costco) 공급도 타진 중이다.
실적 상승세도 뚜렷하다. 올해 1분기 기준 리쥬란 코스메틱의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급증한 2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장품 매출(422억원)의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48%)이 아시아(46%)를 추월하며 핵심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세포라나 아마존 같은 대형 채널은 주문 대응 속도와 결품(품절) 관리가 브랜드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리드타임 단축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현지 거점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이번 M&A는 오너 2세 정래승 파마리서치 사내이사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첫 번째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린다. 정상수 창업자의 장남인 정 이사는 지난해 사내이사로 합류한 뒤 투자 전략 수립과 심사 총괄을 맡고 있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2026년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예고한 바 있으며, 이번 딜은 해당 계획의 첫 실행 사례로 꼽힌다.
다만 시장의 평가가 명확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 전망이다. 인수 금액이 베일에 가려진 데다 CG USA의 구체적인 수익성, 가동률, 기존 고객사 파이프라인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파마리서치 역시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5363억원, 영업이익 2144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주력인 리쥬란을 둘러싼 스킨부스터 시장의 경쟁 심화는 경영진이 풀어야 할 과제다. 리쥬란 코스메틱이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서 독자적인 생존력을 입증하려면 이번 인수 시너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향후 관건은 원가 절감 효과와 품질의 균일성이다. 첫 현지 생산 품목이 무엇인지, 주요 채널에 배정될 초도 물량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나아가 한국 생산품과 동일한 수준의 성분 신뢰도와 사용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인수의 성공을 가를 핵심 지표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했으나, 이번 CG USA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 생산·물류·유통을 아우르는 공급망 효율성과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 내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및 남미 시장 확대를 위한 미주권 현지화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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