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 축구계에 발 들이지 마세요" 정몽규 회장 13년 만에 사퇴...마지막까지 비판 세례

신인섭 기자 2026. 7. 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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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3년 처음 한국 축구 수장에 오른 뒤 4선까지 이어온 13년 5개월의 임기가 막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정몽규 회장이 이날 오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부회장 및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임원회의를 개최한 뒤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 28일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뒤 네 차례 임기를 수행했다. 만 13년 5개월여 동안 이어온 장기 집권 체제가 이날로 공식 종료됐다.

사퇴 자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29일 성명을 내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협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그는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을 향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정 회장은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왔으며, 저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고 있다”며 팬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사전 캠프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고, 토너먼트 진출 단계에 따라 사비로 특별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32강 진출 시 10억 원, 16강 진출 시 20억 원, 8강 진출 시 30억 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패에 그쳤고,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 진출권까지 놓치며 대회를 조기에 마감했다.

당초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월드컵 전체 일정이 끝나는 시점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표팀 조기 탈락 이후 협회를 둘러싼 비판이 더욱 거세졌고, 한국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까지 확산하면서 사퇴 시점도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 ⓒ대한축구협회

정 회장의 퇴진 배경에는 대표팀 성적뿐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협회 행정 논란도 자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대한축구협회 감사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절차와 대표팀 지도자 선임,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처리, 축구인 사면, 비상근 임원 자문료 지급, 축구지도자 강습회 운영, 협회사랑나눔재단 관리, 개인정보보호, 직원 복무 및 여비 지급 기준 등 여러 사안을 지적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 회장을 포함한 주요 관계자들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반발해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4월 23일 본안 소송 1심에서 법원은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체부의 조치 요구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 요구 역시 재량권의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이후 항소 의사를 드러냈지만, 판결은 정 회장의 리더십과 현 체제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키웠다. 여기에 대표팀 부진과 축구 팬들의 신뢰 하락까지 겹치면서 정 회장을 향한 퇴진 압박은 더 거세졌다.

최근 정부가 직접 한국 축구 개혁 작업에 나선 것도 변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지성 FIFA 분과위원과 최휘영 문체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축구 행정 전반의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정 회장은 월드컵 폐막까지 기다리지 않고 결단을 내렸다. 5월 말 퇴진 의사를 밝힌 지 38일 만이자, 대표팀의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식 사임서를 제출했다.

▲ ⓒ대한축구협회

정 회장은 이날 퇴임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 그리고 축구인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 축구를 향해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과 질책 모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때로는 기대에 부응했고, 때로는 깊은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다.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제 저는 회장직에서 물러나 한 명의 열성적인 축구팬으로 돌아가 한국 축구를 응원하겠다. 대한민국 축구는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시련을 넘어 다시 한 번 높이 비상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재임 기간에는 굵직한 성과도 있었다. 2017 FIFA U-20 월드컵 국내 개최를 비롯해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2014·2018·2022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3연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완공된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역시 정 회장 재임 기간 추진된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체제로 넘어간다. 협회는 “정관 제23조에 따라 부회장 가운데 한 명이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 회장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라며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후임 회장 선거 과정을 차질 없이 공정하게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3년간의 장기 집권이 끝나자 팬들은 쌓인 분노를 폭발했다. KFA가 올린 게시글에 팬들은 "기대에 부응했고? 아뇨 부응한적 없다", "두번 다시는 축구계에 발 들이지 마세요", "남이 인정해야 실력이지 혼자 잘낫다고 하는건 자기만족이라는 말 모르나", "이사진도 함께 사퇴하는게 맞지않나" 등의 반응과 함께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까지 난무했다.

▲ ⓒ대한축구협회

◼︎ 이하 정몽규 회장의 인사말 전문

대한축구협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인사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축구인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 축구를 향해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과 질책 모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습니다. 때로는 기대에 부응했고, 때로는 깊은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습니다.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며,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입니다.

이제 저는 회장직에서 물러나, 한 명의 열성적인 축구팬으로 돌아가 한국 축구를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는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시련을 넘어 다시 한 번 높이 비상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간의 과분한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6년 7월 6일

정몽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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